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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위기, ‘논어’에서 실마리를 찾다
리더십의 위기, ‘논어’에서 실마리를 찾다
  • 이강재
  • 승인 2023.02.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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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논어처럼 이끌어라』 이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80쪽

세대 갈등부터 빈부 격차까지 산적한 문제
갈등 이용하기보단 조화·융합하는 게 리더십

그동안 수없이 많이 출간되었음에도 여전히 동양고전을 전공하는 다수의 학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의 집필을 원하는 것이 『논어』일 것이다. 그만큼 반복적으로 출판될만한 변함없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때문에 오히려 전공자로서 책을 내는 것이 가장 조심스러운 것도 아마 『논어』일 것이다. 

고전을 우리 사회에 소개할 때, ‘지금’, ‘여기’를 근거로 ‘어떻게’가 전제된다면 더 큰 힘을 갖는다. 그동안 수백여 종의 『논어』가 출간됐음에도 여전히 내가 『논어처럼 이끌어라』라는 책을 쓴 것은 바로 그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현재 우리에게 닥친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나 인간의 무한한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내가 집필한 『논어처럼 이끌어라』는 중요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우리가 맞닥친 리더십의 위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논어』의 주요 구절을 해석했다는 것이다. 가령, 첫 구절 학이장(學而章)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학습 과정과 관련된 세 가지 사항으로 보는 견해와 함께, 리더가 학습을 통해 내면을 성장시키는 과정, 리더와 함께하기 위해 찾아오는 동지들의 규합, 자신의 의지를 단련시키면서 좌절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재해석하였다.

다음으로 전통적으로 송대 주희의 『논어집주』에 거의 의존했던 해석방법을 탈피하여 송 이전의 고주나 청대의 주석은 물론 조선시대 학자의 해석을 참고하여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공호이단(攻乎異端), 사해야이(斯害也已).”이라는 구절은, 이단을 공부하면 해롭다거나 이단을 공격하면 해로움이 그친다는 것이 전통적인 해석이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공자가 이처럼 배타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나는 이 구절을 조선시대 박세당의 견해 등을 재해석하여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만 하면 해롭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라”라고 해석한다. 이럴 때 이 구절은 서로 다른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자의 생각과 부합한다. 이는 또한 작금의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갈등이 심해지는데 그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유발하고 이용하는 정치 지도자에게 조화와 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최대한 쉬운 우리말로 써서 한문으로 된 고전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고 노력하였다. 아무리 쉽게 써도 어려운 것이 고전이고 더더욱 한문으로 된 고전은 현대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모든 원문에 우리말 독음을 달아주었고 최대한 한자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지금’, ‘여기’에 맞는 고전의 다시 읽기라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내가 지난 3년 동안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의 리더가 교체되지 않았다면, 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논어』를 비롯한 고전이 결국 당시의 리더들에게 올바른 삶의 길을 가르쳐준 것이라고 해도 대학에서만 살아온 서생이 사회의 리더 이야기를 하기에 한계를 갖고 있다. 내가 국가 기관에서 본부장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은 매우 소중하게 남아있고 이 소중한 경험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정말 리더로서 훌륭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논어』에서 말하는 리더의 덕목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국가의 최고 리더가 교체되는 것을 겪으면서, 리더란 어떤 존재이고 리더에 따라 조직은 얼마나 많이 달라지는지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논어처럼 이끌어라』에서 우리가 직면한 세대 갈등, 빈부 격차, 남녀 갈등, 차별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통합하는 것이 올바른 리더임을 강조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강재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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