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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살 필요가 없어요”…디지털 불법 복제 만연
“교재 살 필요가 없어요”…디지털 불법 복제 만연
  • 신다인
  • 승인 2023.02.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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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①

서울 A대학 영어영문학과 4학년생 최씨는 지난 학기 6과목을 들었지만, 교재가 있는 수업은 한 과목도 없었다. 논문이나 읽기 자료를 교수가 LMS(학습관리시스템)에 PDF 파일로 올려준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재를 사 본 적이 3번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최씨는 말했다.

이는 최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교수가 PPT 혹은 PDF 강의자료를 학습지원시스템에 올리게 되자 종이책 교재는 더 이상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게 됐다. 취재에 응한 대다수의 대학생이 “교수님이 강의자료를 올려주기 때문에 굳이 교재가 필요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에 위치한 B대학 만화콘텐츠학과 3학년 강씨는 “교수님이 책 부분,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서 프린트로 나눠줘 전공 수업에 교재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들은 전공 수업 통틀어서 교재가 필요한 수업은 2개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북스캔도 옛말이 됐을까. 스마트폰 기능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셀프 스캔’도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다. 개인의 저작권 의식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북스캔도 옛말이 됐을까. 스마트폰 기능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셀프 스캔’도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다. 개인의 저작권 의식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사진은 연출됐다. 

서울 C대학 소프트웨어공학과 3학년 구씨는 지정교재가 있었지만 교수가 매주 PPT를 올려줘서 교재를 사지 않았다. 책을 거의 그대로 요약한 내용이라 굳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수업은 매주 교수님이 파이썬, 자바, SQL 관련 책 중 필요한 부분을 스캔해서 올려줘서 굳이 교재를 살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 D대학 사회학과를 다니는 이씨는 “코로나19 이후, 교재가 없는 경우도 많다. 교수님이 LMS에 매주 자료를 올려주셔서 교재가 필요 없는 수업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재가 개정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과 특성상 논문이나 기사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다”며 “교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 권을 다 쓰는 수업은 거의 없다. 부분, 부분 사용하다 보니 그 부분만 PDF로 보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강의실에 들어서면, 태블릿PC나 노트북을 꺼내 놓는다. 종이책을 펼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강의실 풍경이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의 디지털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었다.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되고, 대학은 더욱 달라질 것이다. 다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PDF’ 등이 속수무책으로 돌아다니는 디지털 ‘불법 복제’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일은 고품질의 강의자료를 만들고, 양질의 교육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 연재 기획을 마련한 이유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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