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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 2022. 12 vol 03
과학기술과 사회 2022. 12 vol 03
  • 최승우
  • 승인 2023.01.3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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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 268쪽

‘추출주의’를 통해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과학적 진리와 가치를 창출하는지 성찰하는 ‘기획논문’
국가우주정책에서 시민의 자리는 어디인지 질문하는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과학자들의 공부와 참여 확대를 촉구하는 ‘심층 인터뷰’
과학기술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를 여는 ‘서평’

“융합하고 교차하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탐색하다”

“『이번 『과학기술과 사회』 3호에서는 ‘추출주의(extractivism)’라는 개념을 통해서,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과학적 진리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 이두갑 「들어가며」 중에서 -

『과학기술과 사회』 3호의 특집 주제는 ‘추출주의(extractivism)’이다. 이번 호에서는 과학학자, 사회학자, 법학자, 철학자, 기술경영학자 등 여섯 명의 전문가가 추출주의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추출주의’를 다룬 기존의 담론들은 기후위기, 자원 개발, 환경 훼손 등과 관련되어 주로 생태주의·환경주의적 차원에서 구성되어 왔다. 『과학기술과 사회』는 추출주의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여,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발전 속에서 나타나는 추출주의를 포착하고, 그것이 야기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윤리적, 법적 차원의 문제들에 주목한다. 과학 연구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회적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역으로 과학 연구 및 과학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인문·사회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는 융합하고 교차하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며, 양자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성찰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나타날 새로운 혁신과, 이들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전망이 넘쳐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 나타난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발전이 인간으로부터 추출된 무수히 많은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활동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 데이터를, 생명공학은 인간을 포함한 광범위한 생명체에 대한 유전 정보 데이터를 저장·수집·분석하며 도약과 혁신을 거듭하고 우리 삶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양학술지 『과학기술과 사회』는 ‘추출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발전이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과학적 진리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들에 따르면, 생명공학의 발전 이면에 놓인 인체유래물의 추출은 누구의 신체에서 무엇을 추출하는지, 그리고 그 추출물의 소유자는 누구인지와 같은 다양한 차원에서 몸과 젠더, 정체성에 관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 추출 과정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정보 주체, 데이터의 소유와 자유로운 흐름에 관한 정치적, 경제적, 법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채취하고 동물로부터 다양한 식량과 부산물을 채취하는 과정 또한 환경 윤리와 종간 정의와 같은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게 한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있는 추출주의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윤리적, 법적, 그리고 환경 및 종간 정의의 차원에서 꼼꼼히 조망한 여섯 편의 ‘기획논문’이 이 책에 실렸다.

이번 호 『과학기술과 사회』에서는 새로 출범한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정책위원회의 논의를 싣는다.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정책위원회는 ‘국가우주정책과 시민사회’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하고, 발표와 토론을 거친 원고를 보완하여 이번 ‘과학기술정책 워크숍’을 준비했다. 발표자로 나선 안형준은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되어 온 우주정책이 시민사회의 공론을 바탕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토론자들은 우주정책에서 시민과 시민사회의 자리에 대해 묻고 답하며, 시민 참여 루트가 없는 현재의 국가 주도 우주정책에서 시민이 어떻게 자기 삶의 관점에서 우주정책에 개입하도록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여러 차원에서 토론한다.

‘심층 인터뷰’에서는 홍성욱과 임홍탁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한 염한웅 포항공대 교수를 인터뷰하여 한국 과학기술정책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그의 경험과 의견을 듣는다. 염한웅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정부의 R&D 지원,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활동, 한국의 과학기술정책 입안 과정 등에 대해 평가하고, 과학자들의 정책 공부와 참여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서평’에서는 이영주, 송성수, 강미량, 구재령, 정세권이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의미 있게 다룬 다섯 권의 책을 소개한다. 서평자들은 생리대라는 주제로 과학기술과 일상사를 다루는 저서, 20세기 연구개발체제에 대한 연구서, 장애와 몸에 대한 연구서, 정신질환에 대한 철학적인 분석, 그리고 유전의 문화사를 다룬 저서들을 소개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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