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5:10 (화)
청제국의 몰락과 서양상인
청제국의 몰락과 서양상인
  • 최승우
  • 승인 2023.01.31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버트 블레이크 지음 | 김경아·오준일 옮김 | 소명출판 | 406쪽

자딘메시슨사의 120년 역사를 통해 엿본 근대 중국의 모습

1840년 아편전쟁을 전후한 시기 남중국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중화제국의 중심부에서 가장 먼 곳이자 그래서 해양을 통한 외부의 접근이 용이하기도, 간혹 중국 정부가 이들의 접근을 용인하기도 한 지역이다. 여기의 중심 도시는 광저우다.

광저우는 17세기부터 소위 서양인들이 교역을 위해 찾았던 곳으로 중국과 서양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한 도시다. 광저우를 중심으로 남중국해는 아편을 비롯한 무역이 행해지는 곳이자, 오래전부터 동서 문명이 교류하던 길목의 바다였다.

그리고 18~19세기에는 해적들이 출몰하여 약탈을 자행하던 바다이기도 하다. 이들은 바다에서 서구 열강의 무역선을 주로 약탈했는데, 그 대상이 바로 동인도회사 소속의 상선이나 자딘메시슨, 덴트사와 같은 무역상들의 선박이었다.

이 지역은 한반도와 거리적으로 멀어서 주목받지 못했던 곳이지만, 동아시아의 근대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남중국해를 포함해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 이 책이 부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원명은 Jardine Matheson:Traders of the Far East로 아시아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자딘메시슨사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고찰한 글이다.

이 글의 집필 목적은 자딘메시슨이 설립된 1832년부터 중국 본토에서 축출된 1954년까지, 약 120년이라는 시간에 걸친 기업의 치부(致富)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청 제국이 몰락하고 북양군벌의 할거와 국공내전이라는 혼란기를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하기까지 중국이 근대에서 현대로 이행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시기적으로는 약 120년이라는 긴 시간을, 공간적으로 영국·중국·인도·일본 등을 넘나들면서 동서양의 무역과 그로 인한 충돌을 그려내고 있다. 자딘메시슨이 동서양을 종횡으로 누비며 직조해낸 역사 위에 19세기 서양인이 처음 맞닥뜨린 중국의 이질적인 정치·경제·법·제도·문화·관습 등과 청 제국을 바라보던 서양인의 인식의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가 참고로 한 자료 대부분이 서양의 자료이거나 영국 상인이 소장한 개인 문서이고, 이 글 자체가 자딘메시슨이라는 영국 기업의 입장에서 청 제국 지배계층의 부패와 몰락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런 점을 제대로 인지하기만 한다면, 이 책은 아시아의 근대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이 책은 자딘메시슨사가 1954년 중국 본토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끝맺음하고 있다. 그러나 자딘메시슨은 현재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 국제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자딘메시슨이 홍콩으로 자리를 옮긴 후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에 어떻게 대처해 살아남아 현재에 자리매김했는지도 밝혀졌으면 좋을 듯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