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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삶
생태적 삶
  • 최승우
  • 승인 2023.01.3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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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모튼 지음 | 김태한 옮김 | 앨피 | 276쪽

하이퍼오브젝트/대멸종 시대의 생태적 사고
칸트와 하이데거 총괄제작, 모튼 감독의 철학 영화
인간중심 철학에서 새로운 쾌락 중심의 생태정치로

19세기에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는 흔히 인간이 존재의 무의미를 직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오히려 반대이다. 신의 죽음은 텅 비어 있고 황량한 황무지가 아니다. 말 그대로 생물들이 득실거리는 무서운 밀림이다. ... 모튼은 생태 의식이 만물을 지배하는 하나의 척도, 즉 인간중심적 척도와 관념을 뒤흔든다고 말한다. 생태적 의식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의 척도가 아닌 수많은 척도에서 윤리적이고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 존재에 최적화되어 있되 다른 생명체에 지나친 피해를 주지 않는, 원활하게 기능하는 생물권을 가치 있게 여긴다. 이 원활함, 효율성이 현재 우리가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오작동이나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효율성 양식과 달리, 실제로 사물들은 오작동이나 사고와 훨씬 비슷하다. 이 효율성의 궁극적 지평은 석유문화이다. 이 지점에서 모튼은 “새로운 형태의 쾌락을 확장하고 수정하고 개발하는” 생태정치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미 경험 중인 빈약하기 짝이 없는 쾌락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석유경제 너머의 쾌락을 상상하자고. 인간중심주의라는 안락한 구역 밖으로 나가자고. 생태적 사회는 우리가 여태까지보다 훨씬 관대하고 창의적일 수 있는 세계라고. 다른 공생적 존재들과 얽혀 있는 공생적 존재인 우리는 생태적으로 살 필요가 없다고, 이미 생태적으로 살고 있다고.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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