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10 (목)
‘지자체 이양’ 안정장치 필요하다
‘지자체 이양’ 안정장치 필요하다
  • 최재목
  • 승인 2023.01.16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정론_ 최재목 논설위원 /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논설위원

지난 5일 교육부는 교육개혁의 방향을 밝혔다. 국가 성장을 위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교육’ 등의 목표를 새해부터 본격 실행하기로 했다. 교육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백년지대계로 전국민적 관심사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은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교육개혁은 시대적·사회적 요청과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을 위해 교육운영의 모든 국면을 변혁하는 대사업이다. 정권의 국정이념을 교육 부문에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교육체제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교육정책인 만큼, 이해 당사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교육개혁의 취지와 목표를 얼마나 잘 이해하며, 실천할 의지를 갖느냐이다.

이번에 발표된 교육개혁의 내용 가운데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역 맞춤형 교육개혁’ 부문인데, ‘규제 완화’와 ‘지자체에 권한이양’ 등이 골자다. 

사실 이번의 교육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에 한마디로 ‘답정너’에 해당한다. 어쩔 수 없이 이행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어쨌든 교육혁신의 내용에 기대를 걸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을 짚어보고 그 보완책을 생각해본다. 

첫째, ‘지역 맞춤형 교육개혁’을 위해 지역대학을 지자체에 대폭 위임하면, 우리나라같이 정당 정치의 이념 대립이 격렬한 경우, 대학과 대학교육의 중립성이 잘 지켜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욱이 임기제의 지자체장(임명 교육감 포함)이 임기 내에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규제혁신의 권한을 행사하며, 대학 구조개혁을 달성할 것인가? 아울러 집중육성할 글로컬 대학, 중점 혁신대학 등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며, 어떻게 지속 육성해갈 것인가? 나아가 과연 그것을 위한 메타적 안목이나 철학이 지자체에 있을까? 의구심과 함께 불안감이 든다. 

둘째, 어쨌거나 국립대는 국가가 책임을 지기에 교육개혁에도 유리하면 했지 불리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립대의 경우는 다르다. 오히려 지자체의 정치적 성향이나 공약된 정책기조, 여론의 향방, 지역대학 오너 및 리더의 가치관에 따라 재정적 여건과 학술적 상황이 개선은커녕 개악될 위험성이 크다.

셋째, 가뜩이나 경제성 논리로 구조조정이 쉬운 인문·예술 같은 순수 기초학문·학과들이 어떻게 보호,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규제 완화’라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지자체와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실용 위주의 선택 전략에 순수 기초학문·학과들은 더더욱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어떤 안전장치가 있을까?

사실 교육개혁 시 필수적으로 성찰돼야 할 것은 실제 ‘학지(學知) 분류와 방법의 혁신’이다. 예컨대 문과-이과의 통합이나 복합영역(인문·교양, 심리·인지과학, 디자인, 첨단과학기술, 정보·환경, 문화, 생태·지리, 의·약학, 공학 등) 내의 새로운 통섭과 창발적 매트릭스이다.

이런 디테일한 학문적 기획에 대해 지자체가 어떻게 대학과 원만하게 협의하여 그 가이드라인을 원만히 제시해 줄 것인지 불안하다. 

넷째, 기존에 갖고 있던 총장 위상의 격하이다. 지자체에 규제개혁 권한이 이양됨에 따라, 지역 사립대 총장은 부득이 지자체장에 종속되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종전보다 추락된 위상으로 인해, 총장은 대학 내 정치적 권한은 물론 지자체에 대한 발언권, 견제력을 상실할 것이 뻔하다. 

이상의 예상되는 여러 우려에 법적 제도적 안정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K-교육 창출과 개혁에 능동적,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