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쇼핑하듯 책을 사고 곁에 쌓아두는 것만으로 읽지 않음의 불안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는 있지만 그때뿐이다. 지적 허세와 지적인 것은 다른 문제다. 생각 없는 독서는 헛배만 불린다. 이런 포만감은 위장된 자기기만이기도 한다. 남의 글을 읽더라도 결국은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다독에 대한 신념을 향해 정면충돌한다. 성실히 책을 읽어온 존재의 노력이 어째서 응축되지 못하고 산허리에 걸린 안개처럼 흩어지고 마는지 그 이유와 대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살다 보면 삶은 느닷없는 공포로 돌변하기도 한다. 기우뚱한 삶을 붙들고 버티는 데 급급하다 보면 ‘존재 이유’를 묻는 고민은 봉쇄되고 자기 언어는 사라져버린다. 불안이 깊을수록 진실보다 눈앞의 방편이 되어줄 책을 다급히 찾는다. 이 마음을 파고들어 다독을 주장하는 책들이 매년 서점가로 쏟아지고 있다. 양적 독서가 삶의 질적 수준을 결정한다는 피상적인 주장이다. 다독을 강권하는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읽기’ 본래 목적을 정면으로 겨냥할 수 있어야 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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