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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악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악어
  • 최승우
  • 승인 2023.01.10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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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옹프레 지음 | 변광배·김중현 옮김 | 서광사 | 248쪽

이 책은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미셸 옹프레(Michel Onfray)가 알뱅 미셸(Albin Michel) 출판사에서 출간한 Le crocodile d’Aristote: Une histoire de la philosophie par la peinture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그림으로 읽는 철학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 철학의 역사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초상이나 그들을 소재로 삼은 그림들을 선택하고, 그림에 대한 해석과 함께 철학자의 사상과 저술 등을 소개한 글 33편을 엮었다.

회화 작품을 감상할 때, 그림의 제목과 그린 사람을 아는 것은 그림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 저자는, 철학자와 같은 시대 또는 후대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철학자의 사유를 압축한 ‘디테일’ 하나를 찾아낸다. 피타고라스의 ‘물고기’부터 데리다의 ‘고양이’까지, 그 철학자의 사상 전체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되는 디테일들은 곧 각 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디테일과 그림이 담아낸 철학자와 그의 철학, 그들이 살아간 시대, 또한 그림과 화가와 그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들을 ‘프로타고라스의 나뭇단’처럼 탁월한 솜씨로 묶어내고, 자신의 비평도 덧붙인다. 데리다를 그린 발레리오 아다미는 생전의 데리다와 함께 작업을 한 동시대인이지만, 고대의 피타고라스를 그린 화가 살바토르 로사의 그림은 2천 년이 지난 바로크 시대의 것이다.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시대적 상황에서 등장한 철학 사상이 당대와 후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역사적 맥락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철학자들이 그들의 저술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회화 작품으로 그려졌고, 일부는 오늘날 실제로 박물관에서 접할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미술관에서 도슨트(전시 해설가)를 따라가다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설명을 듣는 것처럼, 이 책을 펼쳐든 독자는 ‘철학 그림 갤러리’에 입장해서 저자의 해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면서, 어렵게만 여겨졌던 철학자의 사상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이 책은 프랑스어권의 중요한 저작들을 지속적으로 국내에 소개해 온 변광배, 김중현 교수가 함께 우리말로 옮겼고 생소한 이름이나 전문 용어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석을 달았다. 누구든지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 철학 입문서로서, 철학으로 향하는 길을 한결 쉽게 안내해 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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