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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쉬운 동기면담 가이드
아주 쉬운 동기면담 가이드
  • 최승우
  • 승인 2023.01.1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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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현 지음 | 학지사 | 232쪽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내담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사례로 알기 쉽게 풀어낸 동기면담 안내서

“도움을 거절하는 내담자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면 좋을까.” “대화가 진전된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회복을 잘 유지하다가 재발했을 때 내담자의 치료 포기와 치료자의 소진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병원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고, 전문 지식을 가진 치료진은 내담자를 돕는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도움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중독에 관련되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에서 저자는 중독 환자를 보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중독자들이 아무런 도움도 원치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었고, 나름의 방식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많은 중독자가 ‘스스로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시도는 일시적으로 성공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폭음과 장취,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이어진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실망은 커지고 ‘사소한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으로 전락해 버린다. 변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은 사라지고 ‘이렇게 살다가 죽겠구나.’ 하는 시점에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오게 된다. 병원에 온 이들은 도움을 거부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 달라고 요구한다. 꽤 많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약을 더 달라고 하거나, 가족이 자신의 음주를 이해할 수 있게 설득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상담자의 고민이 시작된다.

재발 또한 중독의 치료에서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유혹에 걸려 넘어져 한 잔을 마시게 되면 그간 참아온 음주 갈망이 댐이 범람하듯 장취로 이어진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리고 나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수치심이 들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맨정신으로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다시 술로 잊고자 한다. 그럴 때 치료자는 마음이 아플 뿐만 아니라 치료자로서의 자신감도 떨어진다. 거대한 벽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방치된 것 같은 무력감에 중독치료자는 소진 (burnout)에 취약하다.

동기면담은 ‘변화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변화를 도모하는’ 상담 방식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변화를 밀어 붙이지 않고 함께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기에 내담자가 대화에 참여하게 하고 상담자의 소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상담 현장의 고민과 어려움을 내담자와 함께 겪으며 다듬어진 실용서이다. 저자의 경험에 따라 『아주 쉬운 동기면담 가이드』는 동기면담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본문과 [사례로 이해하는 동기면담]에 등장하는 사례는 모두 각색된 것으로,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하였다. 아울러 중독의 어려움을 가진 이들의 내적 동기를 이끌어낼 때 상담자가 고민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이야기]에 실었으니 상담 현장에서 참고가 되길 바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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