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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궁궐화와의 비교
中·日 궁궐화와의 비교
  • 김홍남 민속박물관장
  • 승인 2006.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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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례복에 皇帝 표현…日, 기법 혼용 장식성 높여

▲작가미상 ‘용포’, 138×206cm, 청대, 숙명여대 정영양자수박물관. ©

 

중국에서 일월오봉병과 같이 황제의 권력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 문양표현을 찾자면 회화보다는 명청대 황제 祭禮服을 들 수 있다.

청 황제가 천단에서 기우제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의식을 준비할 때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龍袍는 청색의 비단 바탕에 용과 구름, 도안화된 산과 물결의 모습 등을 배치했다.

산은 봉우리가 가운데 3개, 좌우에 1개씩 배치돼 총 五嶽을 이루며, 물결이 일렁이는 듯 포말과 함께 곡선이 반복되는 모습이며,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十二章紋의 문양이 있다. 공자가 엮은 것으로 추정되는 ‘書經’에서 제례복의 장식으로 나온 이 상징들은 漢代부터 황실의 제례복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명나라 때는 황제만이 12가지 무늬가 모두 있는 제례복을 입을 수 있었고, 황태자와 조선의 왕은 9가지 문양만 쓸 수 있었다.

용포에 쓰인 皇勸의 12가지 상징은 세 집단으로 배치돼있다. 목 주위에는 황제가 해마다 제사를 드린 땅과 하늘의 질서를 상징하는 해, 달, 산, 별을 뒀으며, 허리 주변에는 동지·하지·추분·춘분을 상징하는 紋, 도끼, 용, 꿩을 배치했다.

하단부에는 부서지는 물결이, 산무늬 바로 위에는 金·水·火·木·土의 오행을 상징하는 제례용 잔, 수초, 기장 낟알, 불꽃 등이 있다. 십이장문은 구름, 양식화된 ‘壽’자들, 복숭아 가지를 물고 있는 박쥐들 등 모두 장수를 상징하는 길조의 문양들 사이에 놓여 있다.

중국 통치자들은 하늘, 땅, 태양, 달, 농업의 신, 양잠의 여신, 왕실 선조들을 기리는 연중 제사를 통해 인간과 우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 유지를 도모했으며, 유교사회의 가치들을 강조했는데, 이런 의식들은 통치자의 가장 엄숙한 의무였다.

▲타와라야 소타쯔 作 ‘일월산수도병풍’, 종이에 채색, 각 폭 147.3×47.9cm, 12폭병풍 중 우측 부분, 오사카 카우치 현 콩고지 소장. ©

일본에선 도쿠가와 시대 장식화의 대가인 타와라야 소타츠(?~1640년경)가 그린 ‘일월산수도병풍’에서 해와 달, 출렁이는 물결, 산과 소나무, 폭포 등이 역동적으로 그려진 障壁畵를 만날 수 있다.

이 병풍은 좌우 각각 6폭씩 총 12폭이며, 산과 물결에 나타나는 양식화된 율동감과 황금색과 녹색, 보라와 갈색 등 대담한 색채로 생동감이 느껴진다. 배경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환상적인 봉우리들이다. 金彩로 된 둥근 해가 있는 오른쪽 6폭은 봄풍경을 나타낸 것으로, 鐘 모양을 한 푸른 산봉우리는 활짝 핀 벚꽃나무와 소나무들로 덮여있다. 초생달이 있는 6폭은 겨울풍경이다. 구불구불한 윤곽선을 하고 있는 서로 겹쳐진 산봉우리와 낮은 언덕, 그리고 나뭇잎 위에는 눈이 가볍게 덮여 있다.

사람의 눈을 금방 끌 수 있는 이 문양화된 효과에 더해 파도와 소나무는 진기한 형태로 묘사됐다. 여러 서로 다른 기법의 혼용으로 인해 장식적이면서도 표현력이 강하다. 또한 어떤 색면이 마르기 전에 다른 색채를 그 위에 유입시켜서 자연적인 침윤에 의한 색채효과를 얻는 ‘타라시코미’라는 특수한 기법 덕택으로 단색조의 표면에 미묘하게 음영을 가해 변화를 주는 데 성공했다.

이 그림의 해, 달, 산, 물, 돌에는 나라와 임금이 만수무강하기를 하늘에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으며, 한·중과 같이 ‘吉祥’ 상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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