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15 (목)
‘끓는 물 속 개구리’ 기존 체제 대폭 개편 예고
‘끓는 물 속 개구리’ 기존 체제 대폭 개편 예고
  • 강일구
  • 승인 2023.01.06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년 대학총장 신년사

‘이제는 지방대 시대’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에 따른 정책이 하나 둘 나오는 가운데, 대학총장들은 생존과 혁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메시지를 2023년 신년사에 담았다. 

국립대 총장들은 대학 혁신을 통해 지역의 발전까지 주도하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대전·세종·충남지역을 아우르는 초광역 캠퍼스를 완성해 충청권 메가시티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2024년 개교할 세종캠퍼스를 시작으로 신동캠퍼스와 내포캠퍼스 구축에 만전을 기해 캠퍼스 다양화는 물론, 지역에 부합하는 특성화 분야를 육성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밭대와의 통합을 통해 지역민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갈 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지역사회 문제해결 한 목소리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국립대의 맏형 역할’을 실질적으로 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차 총장은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50% 입법과 ‘국립대학법’ 제정 등을 대학장기발전을 위한 과제로 봤다. 그는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지역인재 유출이라는 국가적 난제에 대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라며 “올해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은 지역에 대한 거점국립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광주‧전남과 공생을 위해 연구실을 활짝 열어야 한다.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뒷받침하고, 취·창업을 독려하며 지역의 핵심특화산업 활성화와 청년들의 정주 여건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도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타깃형 연구중심 융합대학원’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국립대의 공공성과 다양성의 가치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 총장들은 국가경쟁력 선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있는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경북대는 IT대학 전자공학부를 중심으로 유관 학과들과 협력해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관련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반도체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도 “인공지능(AI) 중심도시에 필요한 고급 인재를 양성할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대학원’을 개설했다. 여수캠퍼스에는 ‘창의융합전공’을 신설하고 ‘융합전공’을 설치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 기반을 다졌다”라고 말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첨단인재 양성을 위해 “AI융합학과, 배터리융합공학과, 디지털밀리터리학과를 신설하고 차세대반도체학과 석·박사과정, 반도체물리학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라며 학생 중심의 수요자 맞춤형 교육을 확대 하겠다고 했다.

“생존전략 매달리는 건 단기처방”

‘끓는 물 속의 개구리’, ‘덕담보다는 무거운 이야기’, ‘위기 모면을 위한 생존전략에 매달리는 것은 단기처방’. 지역대 총장들은 신년사에서 구성원들에게 현재의 위기를 각인시키며 변화의 필요성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현 대학의 위기를 ‘끓는 물 속의 개구리’라 묘사하며 학사구조 개편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그는 “학문단위 대학 경쟁력,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속발전 가능성, 사회수요에 부합하는 융복합 인재양성에 최상의 대안을 도출해 내야만 대학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성태 원광대 총장은 신입생 감소를 설명하며 입학관리처나 특정 학과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필요하다면 기존 체계를 대폭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로의 전환이나 개편은 불가피하다. (…) 대학 경영 전반에 대한 성과평가를 합리화하고, 내‧외부의 각종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열을 갖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도 신년사에서 학사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은 학과에서 출발한다. 경쟁력 위주로 학사 편제를 재구조화하고 인적, 재정적, 물적 자원 배분과 집중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타성과 관습, 집단 이기주의 등 타협에 의해 훼손된 원칙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다. 시스템이 고장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기회를 위기가 우리에게 주고 있다”라며 “위기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점검하고 평가하고 분석할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수복 단국대 총장도 “교육부의 대학 혁신 정책을 보면, 향후 대학 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를 크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학사‧행정구조 등의 효율성 제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역대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지역과의 협업에 목소리를 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지역혁신사업에 대해 “제주대가 추진할 가장 역점사업”이라며 “제주특별자치도·도의회·교육청·지역혁신기관과 함께 지역 혁신허브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도 “춘천시, 강원도와 협력해 교육도시, 대학도시의 중심에 한림대가 있을 것”이라며 “산학협력단의 지휘 아래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기술지주회사가 참여한 창업생태계가 새롭게 조성되고 한림대가 이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또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발전을 견인하며 지역과 성장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라며 “대학을 졸업한 인재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정착해 아이를 낳고 사는 교육, 취·창업, 정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학은 ‘연구력’ 강조

서울지역 대학의 총장들은 연구력 증진과 함께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빈부갈등, 진영대립,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난세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오 총장은 “우리 사회가 지난 70여년 간 서울대를 뒷바라지해 왔다”라며 “반지성주의가 난무하고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 의심받는 지금, 서울대가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세상은 현재 초단기적으로 변화 하고 있다며 서울대가 “긴 안목으로 우리 미래의 조감도와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서승환 연세대 총장은 대학의 사명으로서 연구를 강조했다. 서 총장은 “IBM과 2024년 상반기에 127 큐빗용량의 양자컴퓨터를 들여오는 계약을 맺었다.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연구생태계 조성을 연세대가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교내외 탁월한 융합연구를 총괄하는 총장 직속 연구원인 ‘프로젝트-Y 연구원’에 모든 행정, 재정 능력을 총동원 할 것이라고도 했다.

심종혁 서강대 총장은 인공지능 관련 학부‧대학원 신설, 시스템 반도체 공학과 신설과 산학협력 반도체 트랙 확대를 성과로 평가하며 창의‧창작‧창업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은 “다양한 가치가 자연스럽게 융합해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학, 사회적 책무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시대적 물음에 답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도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 지정 인공지능대학원 유치를 성과로 들며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과학기술 분야 특성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