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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에 대하여
무임승차에 대하여
  • 김기현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6.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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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기현 편집기획위원, 세종대 대기환경학 ©
논문조작 등 부정행위의 원인들을 밝히기 위해, 사람들이 쉽게 도달하는 오류가 있다. “SCI 저널이란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단순한 결론이 그 예다. 이런 식의 비판이 상당히 논리를 갖춘 듯하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해당하는 SCI라는 훌륭한 정보자산을 심각하게 폄하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우려할 부분도 있다. 

경우에 따라 이런 시각은 오남용의 문제가 있다고 의약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차라리 SCI를 대체할 만큼 훌륭한 평가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 보다 더 사실적이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학문분야별로 대체형 또는 보완형 평가수단을 추가적으로 개발하는 부분을 진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점의 연장선상에서 공동저자의 기준에 대한 문제도 여러 개선방향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학문 분야별로 공동저자를 정하는 기준도 제각기 다르고 다양하다. 물론 무임승차라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타 영역에 대한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의아한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곤란하다. 결국 사람들이 한 편의 논문이라도 더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저자로서, 명예도 얻고 또 업적도 늘림으로써 연구비 수주나 승진과 같은 후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명예를 얻는 부분까지는 몰라도, 무임승차 등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직까지 다수의 연구발주기관들이 논문 업적에 대해서 적절한 평가기준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국내 연구지원의 메카인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예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2006년도에 기초연구과제 지원사업 6백여개를 선정하기 위해, 올 해 3월자로 제시한 참여자 자격요건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1년 1월 1일부터 온라인신청 마감일 현재까지 재단 등재(후보) 학술지, SCI급(SCI 및 SCIE 등) 등의 국제학술지 게재논문, 등록 완료된 외국특허 또는 전문학술 저서(학술적 가치가 있는 역서 포함) 등의 연구 실적이 5편 이상이어야 함.”

이공계열의 경우, 명망이 높은 세계적인 학술지에 한 편을 싣기 위해,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취약한 경쟁 속에서 게재율이 탈락율보다 높은 학술지들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연구사업들의 진입 기준은 이런 저런 유형의 논문들을 구분 없이 다 같은 한 편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군다나 1백여명의 저자가 참여한 저자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나 어렵사리 단독으로 저작한 논문이나 똑 같이 한 편으로 인정한다. 연구의 질적인 측면에서 이런 실적들을 단순하게 1/100의 가치와 1의 가치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연구비를 지원하기 위한 선정과정에서는 그런 식으로라도 비교의 기준을 애초부터 단순화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으리라 본다.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나쁘다고 끊임없이 비판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변별력이 부족하고 무임승차를 조장하는 제도와 체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우선적인 논의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논의의 선후를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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