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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공화국
믿음의 공화국
  • 최승우
  • 승인 2023.01.0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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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식 바수 지음 | 박연진 옮김 | 오진환 감수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368쪽

영국 ‘ENLIGHTENED ECONOMIST’ 선정 2018년 최고의 경제학 서적!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 출신 카우식 바수의 국내 최초 번역서!
준법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공정한 사회를 향한 깊이 있는 법경제학적 통찰

이 책은 2018년 영국 ‘ENLIGHTENED ECONOMIST’가 최고의 경제학 서적으로 선정한 법경제학 분야의 학술서로,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를 역임한 세계적 권위의 경제 전문가이자 코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카우식 바수의 국내 최초 번역서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를 지배하는 주류 경제 메커니즘에 대한 도발적 대안’이라는 찬사와 함께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책은 법경제학이라는 융합 학문분과를 다룬다. 법경제학은 경제학의 시선으로 법에, 또 법학의 시선으로 경제에 접근하는 학문으로, 저자는 법과 경제가 교차하는 이 지점이야말로 사회과학의 매우 성공적인 다학제적 연구 분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현재 이 분야가 한 가지 큰 근본적인 오류, 즉 ‘모든 평범한 시민은 이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며, 경찰이나 판사, 정치인과 같은 법 집행자는 마치 로봇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법을 집행하는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실제 법 집행의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져 왔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경제학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1~4장에서는 경제와 실제 법 집행이 관계 맺는 방식에 천착하여 사회규범과 법이 어떤 원리로 연결되는지를 보인다. 시민뿐 아니라 법 집행자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존재임을 전제하며, 이러한 전제가 배제된 것이 전통적인 신고전주의 법경제학에 내재해온 심각한 방법론적 결함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대안으로 현대 게임이론에 뿌리를 둔 새로운 법경제학 패러다임인 ‘초점접근법’을 제시한다. 후반부인 5~8장에서는 법이 여러 가능한 결과 중 어떻게 더 나은 결과를 선택해 ‘초점’으로 부각시키는지, 또 이를 통해 어떻게 인간의 믿음과 행동을 바꾸는지, 그것이 전 세계와 인류의 삶에 어떤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접근이 우리에게 법의 작동 이유를 이해하게 하고, 더 효과적인 법을 제정하게 하며, 나아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한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권력이나 위력보다도 평범한 다수의 사람이 지닌 믿음이며, 이 믿음을 바꿔야만 사회를 지배하는 게임의 기제를 바꾸고 그 결과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초점접근법의 사례로서, 불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가망 없는 실패 사례로 치부되었던 저소득 국가 한국이 오늘날 이처럼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뤄낸 모습을 북한의 현재와 비교하며 소개한다. 같은 민족과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던 남한과 북한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후 완전히 다른 행보를 취하며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극명히 대립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두 나라 사이에 생겨난 이처럼 거대한 격차는 단순히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무역 및 산업 정책, 재정 적자, 통화 개입 등의 차이에만 주목하는 것으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짚는다. 즉 사람들 사이의 믿음의 결속이 결국은 남북의 사회적 결과를 매우 달라지게 만든 근본 요소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믿음의 공화국(The Republic of Beliefs)’을 살아가는 국민이라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주장이다.

국제경제학회 회장과 인도 정부 경제수석고문을 역임하고, 세계적인 권위의 훔볼트상을 수상하며 학계와 현장에서 해박한 경험을 쌓아온 저자의 탁월한 법경제학적 통찰이 이 책에 집약되어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으로 최종적인 답을 제공하기보다는, 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지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문법과도 같은 분석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조망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법경제학에 대한 논쟁을 마감하는 책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효과적인 법과 법 집행 전략을 수립하고 확장, 심화된 연구의 추진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법경제학의 창을 여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법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우리의 법과 사회가 더 정의롭고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가 굳건한 믿음의 공화국을 실현할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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