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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절대성의 여정
사랑, 그 절대성의 여정
  • 최승우
  • 승인 2023.01.0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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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지음 | 에디투스 | 132쪽

“사랑을 해보지 않은 자는 철학자가 될 수 없다.”(플라톤) “철학자가 드문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알랭 바디우) 정신분석가 박영진의 새 책 『사랑, 그 절대성의 여정』은 이렇게 두 마디의 인용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시작은, 철학의 본령은 참된 삶의 가능성을 사유하는 데에 있고, 참된 삶은 사랑이라는 독특한 진리의 버팀목 위에서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 누가 사랑을 진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용기를 낼 수 있는가?

진리는 증발하고 의견만 난립하는 탈진리의 시대, 누구나 사랑을 말하지만 아무도 사랑을 믿지 않는 시대에 사랑을 ‘절대성의 여정’이라 정의하는 이 책은 일종의 반反시대적 탐구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알랭 바디우의 근작 『진리의 내재성』(2018)의 여정을 따라가지만, 바디우가 선언하는 ‘진리-사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시도한다.

그것은 바디우와 라캉의 뒤얽힘이라는 저자 특유의 방법론을 더욱 세공함으로써 사랑이 사랑 고유의 난관에 맞서면서 진리를 향한 여정을 지속하는 길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논증의 치열함에 더해 적소의 문학 텍스트 인용이 주는 설득력과 울림을 지닌 이 빼어난 철학적 에세이가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를 배회하는 이들에게 나침판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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