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22:40 (금)
출판은 ‘데이터 퍼블리싱’...콘텐츠가 우선, 책 구매는 마지막
출판은 ‘데이터 퍼블리싱’...콘텐츠가 우선, 책 구매는 마지막
  • 김정명
  • 승인 2023.01.06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고단샤 출판사의 디지털 전환

사회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출판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김정명 신구대 겸임교수(미디어콘텐츠과)가 ‘진격의 거인’으로 유명한 일본 출판사 고단샤를 통해 디지털 전환 전략을 분석했다. 고단샤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했다. 전통적인 편집국에서 콘텐츠 장르 중심의 사업국 체계로 바꿨다. 앞으로 출판은 속도를 갖춘 ‘데이터의 퍼블리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판은 다른 미디어와 횡단적 협업 확대
종이는 프리미엄 미디어화 해 가치를 제고

일본 출판시장은 2021년에 총 1조6천742억 엔으로 2020년보다 증가를 했다. 종이출판은 약간 감소를 했지만, 전자출판의 상승폭은 높다. 2022년 상반기 또한 전년대비 상반기보다 종이출판은 7.5%가 감소했지만, 전자출판은 8.5%가 증가했다. 이렇게 보면 출판시장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출판시장 규모의 추정은 약간 다르다. 일본은 종이출판에 잡지시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전자출판 시장에는 전자코믹과 전자잡지의 매출액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출판시장 규모를 말할 때 잡지 시장은 제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 4월, 고단샤는 조직의 변화를 단행했다. 고단샤는 1909년에 설립되어 2022년에 113년이 되었으며 인기만화인 ‘진격의 거인’의 <별책 소년 매거진>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출판사이다.   

 

단행본 판매에서 판권 등 사업 수입의 증가

고단샤의 전환점은 2015년이었다. 당시의 일본 출판시장은 10년 전과 비교해서 30% 이상이나 축소했다. 이 시기에 고단샤의 매출구조도 변화를 보였다. 서적‧잡지‧코믹이라는 지금까지의 판매수입(B2C)이 감소하고, 판권 등의 사업수입(B2B)이 증가했다. 따라서 노마 요시노부(野間省伸) 대표는 대응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중요한 키워드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디지털 전환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고단샤는 새로운 조직과 출판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출판의 재발견(재정의)’이라는 키워드로 100년이 넘게 출판사를 경영해 온 고단샤가 출판을 다시 정의하고, 80%에 가까운 직원이 자리를 바꿀 정도의 조직 변화를 단행했다. 콘텐츠를 핵심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디지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27국‧4실‧2임원직할부체제를 12국‧2실로 재편했다. 

 

고단샤 로고 맨 위에 출판사의 철학을 담은 “재밌고, 유익하게”가 쓰여 있다. 이미지=김정명

출판사라면 편집부가 눈에 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고단샤도 제7편집국까지 있었으며, 편집국을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재편된 조직으로는 남성계 미디어, 여성계 미디어 등 콘텐츠 장르로 구분하는 사업국 체제로 바뀌었으며, 각 사업국 내에 편집부가 있다. 즉, 디지털 대응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기 쉽도록 편집국 체제에서 사업국 체제로 바꾸고, 사업국 내에서 각 미디어의 횡단적인 사업의 연계를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조직을 바꾼 고단샤의 노마 요시노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편집국은 없어졌지만 사업의 핵심은 앞으로도 콘텐츠이며, 편집 중심이다. 하지만 디지털과 글로벌 등 새로운 장르에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스피드감을 가지고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다”라고. 

그러면 고단샤가 말하는 출판이란 무엇인가. 고단샤는 디지털 시대의 출판은 지금까지와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출판은 종이 패키지 상품과 잡지의 광고 스페이스를 판매하는 행위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즉, 출판은 종이책을 판매하는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출판의 판(版)은 ‘데이터’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출판은 ‘데이터의 퍼블리싱’이라고 재정의했다. 이를 중심으로 출판사업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출판사는 종이, 인쇄, 서점이 유일한 시스템이라는 사고에서 탈피를 해야 하며, 디지털의 개념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책을 그대로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이 출판의 디지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 먼저 끌어들이고 마지막에 서적화

디지털 시대에서는 출판사는 고객퍼널(소비자를 고객으로 이끌어내는 과정)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종이책을 구매한 사람부터 타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고객이 들어오는 길목을 좁게 만들어 좀처럼 고객이 들어오기 힘들게 만들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사고방식은 소비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입구를 넓혀서 마지막 단계를 서적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고객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하고 단계를 좁혀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고단샤는 자사에서 가지고 있는 잡지콘텐츠를 활용하여 마지막에는 서적화를 하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100년이 넘은 노포(老鋪)인 고단샤는 변화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보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한 발 앞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편을 택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출판을 새롭게 정의내리고 환경을 파악해 궁극적인 디지털 전환을 모색했다. 즉, 디지털화의 본질은 종이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을 재구축하는 것이며, 출판의 경계는 디지털로 인해 더욱 확대가 된다. 실제로 고단샤의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했다.  

출판을 데이터의 퍼블리싱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출판 사업은 다른 미디어들과의 횡단적 사업으로 확대가 되고, 앞으로 1차 미디어는 디지털이 될지도 모르지만 고단샤는 종이를 더욱 프리미엄 미디어화하는 것이 종이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출판사는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출판사가 보수적이 아니라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출판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이 ‘출판’의 개념과 디지털전환을 근본적으로 생각한다면 출판의 경계는 분명 확대될 것이며, 디지털전환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은 종이와 디지털의 가치를 함께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김정명 신구대 겸임교수(미디어콘텐츠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