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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갈 곳 잃은 유럽연합, 국제사회 입김 낼 수 있을까
[글로컬 오디세이] 갈 곳 잃은 유럽연합, 국제사회 입김 낼 수 있을까
  • 신의찬
  • 승인 2023.01.05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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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신의찬 한국외대 EU연구소 책임연구원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두 인물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왼쪽)과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오른쪽)는 지속적으로 유럽의 지정학 전략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홈페이지

최근 들어 지리적 관계를 바탕으로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인 지정학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현 국제정치 상황에서 전통적인 지정학 개념을 넘어서는 신지정학적 접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신지정학이란 영토, 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존의 지정학 개념을 넘어 신지정학은 경제, 기술, 가치영역 등을 포괄하며 이는 기후변화, 난민, 전염병, 에너지 등 전통적인 경성, 연성 안보에 더해 신흥안보 이슈들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경우, 2010년대 이후 유럽의 주변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있다. 남부지역에서는 중동 및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럽 역내를 향한 이주민 유입의 위기(2011, 2015 유럽 이민 위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체제 전환 국가들을 향한 러시아의 서진 시도(2014, 2022 러시아의 크림반도 및 우크라이나 침공)가 진행 중이다.

또한 북부지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자원 및 신영토의 확보 경쟁이 갈수록 그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유럽이 제외된 동맹의 결성은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켰다. 

이에 더해 미중 경쟁으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권력구조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제사회가 추구해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의 공통의 가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소위 신냉전 구도의 국제정치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유럽 주변부 및 국제사회의 위기와 갈등은 유럽연합(EU)으로 하여금 기존의 지정학 전략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했다.

2019년 12월 1일 새롭게 출범한 EU집행위원회의 위원장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지정학적 위원회’를 강조하며 유럽의 역내 안보와 생존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2021년 9월 16일, 새로운 지정학적 격전지로 일컬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에 따라 정치, 경제, 안보, 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여와 협력을 강화할 것을 담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또한 2021년 12월 1일,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6년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인프라 개발에 최대 3천억 유로를 투자하는 계획을 담은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발표하면서 유럽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국 및 러시아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연합(EU)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0년부터 논의돼온 '안보와 방위를 위한 전략적 나침반을 수정 및 보완해 지난해 3월 24일 전략적 나침반을 승인하고, 국제사회 및 유럽의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군사력인 EU 신속대응능력 개발(최대 5천명),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해양주둔군(CMP) 배치,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 등 신흥안보 이슈에 대한 로드맵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미숙한 대처와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유럽연합이 고질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연합 내부의 한계로 제시되는 소위 역량 대 기대 사이의 격차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시되고 있는 유럽연합의 지정학적 전환과 관련된 전략들은 유럽연합이 지속적으로 대외적 대표성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주요한 글로벌 행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유럽연합의 새로운 지정학 전략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신의찬 한국외대 EU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외대에서 유럽연합 정치학을 전공했다.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으로도 재직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유럽연합 정치 및 정책이다. 주요 연구성과로 『Institutional Reinforcement of the EU Migration and Asylum Policy: The Dilemma between Europe's Fortification and Normative Power』(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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