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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틀을 찾아서
빵틀을 찾아서
  • 최승우
  • 승인 2022.12.2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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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지음 | 문학동네 | 292쪽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를 멈춰 세우며
주위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김도연 신작 소설집

1991년에 등단한 후 삼십 년 넘는 동안 소설집, 장편소설, 산문집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부지런히 작품활동을 이어온 김도연 작가의 다섯번째 소설집 『빵틀을 찾아서』가 출간되었다. 화려하거나 값나가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작고 가벼운 콩을 보듬어가며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콩 이야기』(문학동네, 2017) 이후 오 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은 한 해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연말의 우리에게 더없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손때가 묻은 빵틀, 낮은 집, 커다란 눈동자의 말 등 김도연은 이 아홉 편의 소설을 통해 마치 오래된 사진을 복원하듯 쉽게 지나치기 쉬운 풍경을 다시 찬찬히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그 풍경은 때로는 밤낮으로 탁구에 깊이 몰두해 있는 인물을 코믹하면서 진지하게 담아내는 모습으로(「탁구장 근처」), 때로는 투자한 친구의 사업이 실패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투자금 대신 셰퍼드 두 마리를 건네받고는 속수무책으로 셰퍼드와 함께 산길을 헤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셰퍼드」) 나타난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덜컥 화를 내거나 따지기보다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인물의 모습은 각자의 시간을 통과해 한 해의 끝에 다다른 우리에게 애틋한 울림을 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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