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45 (토)
주석 달린 어린 왕자
주석 달린 어린 왕자
  • 최승우
  • 승인 2022.12.29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김진하 옮김 | 필로소픽 | 168쪽

한 권의 책을 길들이기까지…
70개의 주석을 따라 산책하며 천천히 읽는,
그리하여 새롭게 만나는 『어린 왕자』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이자 시인인 김진하 교수는 독자들에게 『어린 왕자』 를 천천히 읽기를 제안한다. 자신의 삶과 철학을 문학에 담고자 한 진중한 작가였던 생텍쥐페리가 단순한 문장과 많지 않은 단어, 그리고 시적인 문체를 통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여백을 짧은 호흡으로 길들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하 역자는 너무 익숙해 여러 번 와본 듯 느껴지는 『어린 왕자』라는 숲 사이사이에 주석으로 산책길을 낸다. 독자들은 본문과 주석 사이를 산책하듯이 거닐며 낱말과 문장, 그림의 의미를 사색하고 음미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어린 왕자』가 새로이 읽히는, 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가슴이 쿵쿵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생, 관계, 우정, 사랑에 대해 새롭게 사색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역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유려한 번역보다는 원문의 건조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살리는 번역을 추구하며 차별점을 둔다. 프랑스어 표현과 그간의 번역에 대한 소개, 과잉 해석이나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면서도 작가의 삶과 철학을 반영한 폭넓은 주석은, 비행기 조종사가 어린 왕자를 알고 이해하고 길들여지는 것처럼, 독자들이 『어린 왕자』를 아는 것에서 나아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초대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