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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2]  '꺄악-꺅꺅꺅꺅꺅' 소리가 들리면 머리를 조심하자, 물까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2]  '꺄악-꺅꺅꺅꺅꺅' 소리가 들리면 머리를 조심하자, 물까치
  • 권오길
  • 승인 2022.12.23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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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
물까치. 사진=위키미디어

오늘도 아침 산책하면서 다정하게 모이를 찾는, 맵시 있는 물까치(Cyanopica cyanus) 한 쌍을 만났는데, 가까이 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저들을 다치게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까치, 어치(산까치), 물까치는 모두 까마귓과(crow family)에 드는 서로 가까운 무리로, 까마귀와 함께 까마귓과의 새들은 새무리 중에서 가장 영리(怜悧)하기로 이름이 났다.

그중에서 까치(oriental magpie)는 머리가 아주 좋아서 대략 6세 아이 정도 지능이 있으며,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 돌고래들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알아본다고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와 몽고, 시베리아에 분포하고,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까치(Iberian magpie)는 다른 종으로 알았으나 DNA 분석 결과 같은 종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포르투갈 까치. 사진=위키미디어

그리고 어치(jay)는 ‘산까치’로 불리며, 까치, 물까치와 마찬가지로 공격성이 강한 새이다. 크기나 생김새도 까치와 비슷하나, 까치보다는 작으며, 여러 가지 색깔들로 조화되어 보기에도 무척 아름다운 새이다. 머리와 목은 적갈색이고, 윗면은 어두운 회색이고 허리는 흰색이며, 꼬리는 검은색이고, 가슴은 적갈색이고 배는 잿빛 적갈색이다. 까치처럼 먹이를 숨겨 두는 묘한 습성이 있고, 조류 중에서 매우 영리한 새로 휘파람 비슷한 곱고 특이한 소리를 낸다. 소리를 따라 하기(흉내 내기)를 잘해서,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조류의 소리도, 심지어 사람 목소리도 흉내 낼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야구팀인 토론토의 블루제이스(Toronto Blue Jays)의 상징 동물이 어치인데, 그것은 미국과 캐나다에 서식하는 ‘파랑 어치’로 몸 색깔이 파란색이다.  그리고 물까치(azure-winged magpie)는 까마귓과의 조류이고, 몸길이는 31~35cm이며, 머리와 윗목은 검정이고, 날개와 꽁지는 하늘색(azure color)이다. 나머지 깃털은 잿빛이 도는 갈색이고, 아랫면은 색이 더 연하며, 멱은 흰색이고, 꽁지는 길고 끝이 凸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다. 다시 말해서 까치와 전체적인 모습은 같지만 덩치가 좀 작고, 홀쭉(날씬)한 것이 부리와 다리가 상대적으로 까치보다 짧고, 머리가 검으며, 검은색-남색 계열의 까치와 다르게 하늘색 계열의 색을 띤다. 그래서 이름이 물까치이지, 절대 물에 살아서 물까치가 아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마스코트 물까치.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홈페이지 캡처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마스코트 물까치.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홈페이지 캡처

영어 이름인 Azure-winged magpie의 ‘azure’가 ‘하늘색(물색)’이란 뜻에서도 알 수가 있다. 참새목 중에서 가장 큰 까마귀류에 속하므로, 발을 보면 참새처럼 뒷발가락이 1개 있어 걸어 다니기도 하고 콩콩 뛰어다니기도 한다. 또 꼬리가 매우 길고, 꼬리 중 가운데 깃털은 무려 25cm에 이른다. 앉은 물까치를 보면 꽁지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부리가 큰 것이 단단하고, 식성도 딱히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다.

물까치는 평소에는 산지 숲이나 평지 숲에서 지내다가 겨울에는 도심까지 내려와 생활하는데, 한국에서는 흔한 텃새로 전국전역에서 번식한다. 물까치는 무리 지어 먹이를 찾는데, 무려 70마리가 떼거리로 움직이기도 하며, 번식기에 무리의 크기가 커진다. 겨울에는 더 큰 떼를 짓는데, 60마리 이상의 무리를 짓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개체들과 가까운 곳에 둥지를 트는데, 그렇지만 나무 하나에 하나씩만 둥지를 짓는다. 나무 위에 보드라운 풀이나 이끼 등으로 접시 모양의 둥지를 짓고, 5~7월에 한배에 6~9개의 알을 낳아, 17∼20일 동안 품어서(포란, 抱卵), 새끼는 18일 동안 어미의 보살핌을 받은(육추, 育雛) 뒤 둥지를 떠난다. 어미가 위(胃)에 담아 온 먹이를 게워서(토해) 새끼에게 먹인다. 

야산이나 인가 부근에 떼를 지어 사는데, 한국, 일본, 중국, 동부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울음은 ‘꺄악─ 꺅꺅꺅꺅꺅’하는 소리를 반복하고, 물까치는 까치보다 훨씬 호전적이라, 사람에 대한 공격성 또한 꽤 강하니 물까치 둥지가 있는 곳에서는 머리를 조심해야 한다.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므로, 영역 다툼에서 덩치가 훨씬 큰 까치들도 자주 밀리는 판이다. 또 물까치나 까치가 겨울에 큰 무리를 지우는 것은, 다 자란 새끼들이 제 짝을 찾는 맞선보기를 하기 위함이다. 

물까치는 도토리와 잣이 주식이며, 곤충들과 부드러운 과일, 과자 조각 등도 먹는다는데, 알고 보면 벌레, 개구리, 나무 열매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 물고기, 짐승의 사체까지 못 먹는 게 없다. 심지어 쥐나 뱀을 사냥하기도 한다. 덧붙이면 식성은 잡식성(雜食性, omnivorous)이어서 양서류·어류·갑각류·연체동물 따위의 동물성 먹이 외에 벼·콩·옥수수·감자 등 농작물과 배·감·귤·포도 등 과일도 즐겨 먹는다. 그러나 새끼에게는 주로 단백질이 풍부한 여치·털매미 따위의 곤충이나 청개구리·거미들을 잡아 먹인다. 농산물이나 과수원의 과일을 쪼아 먹으니 일종의 유해조류(해론 새)로 취급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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