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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장사꾼, 어떻게 7분만에 담요 100개 팔았나
청년장사꾼, 어떻게 7분만에 담요 100개 팔았나
  • 유무수
  • 승인 2022.12.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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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설득의 쓸모』 이현우 지음 | 더난 | 256쪽

사심이 개입되면 최선의 권고를 할 수 없어
‘효과’와 ‘윤리’의 균형을 맞춘 설득이 바람직

아리스토텥레스는 수사학의 목적은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설득에 성공하려면 근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야 한다. 수사학의 현대식 이름이 바로 설득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가지 수단은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이다. 이 책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을 30여 년 강의해온 이현우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과)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현대과학과 연결해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에토스의 3가지 하위 구성요소는 △실천적 지혜 △사심 없는 마음 △미덕이다. 이 중에서 사심 없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사심이 개입되면 청중에게 최선의 권고를 하지 않게 된다. 에토스는 화자가 소유한 특성이 아니라 청자가 화자에게 부여한 특성이다. 수사학에서 에토스는 화자의 고유한 성품을 뜻하며 현대과학에서는 ‘공신력(source credibility)’으로 표현한다. 국내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마켓 컬리’는 영화배우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출연시킨 다음부터 주문이 폭주했고 창업 5년 만에 매출이 54배로 늘어났다. 마케팅 종사자들은 이를 ‘전지현 효과’라고 불렀고 설득 전문가들은 ‘에토스 효과’라고 불렀다. 메타 분석에서도 셀럽 효과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고스는 ‘논리적인 추론(reasoned inference)’이다. 논리학에서 논리는 상황과 관계없이 존재하지만 수사학에서 논리는 주어진 상황을 배경으로 ‘추론적인 논리’를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고스의 영향력은 청중과의 상호작용에서 결정된다. 메타 분석 결과 내러티브가 포함된 메시지는 높은 설득 효과를 나타냈다. 내러티브의 서사적 구조는 편향적 정보 처리 기회를 상실한 채 설득 메시지에 노출되어 저항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내러티브 속의 인물과 동일시 효과가 발생하여 주인공의 입장에 부합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커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생하게 전달된 자극물은 우리의 주의를 끌며 설득 효과가 뒤따라온다고 주장했다. “유리가 땅에 떨어져 깨졌습니다”라는 표현보다 “유리가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나 산산조각으로 깨졌습니다”라는 표현이 더 생생하다.

 

설득에서 수사학이 중요하다. 사진=픽사베이

파토스는 쾌락이나 고통이 따르는 모든 상태다. 감정은 우리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데니얼 카너먼에 의하면 사람들은 의사결정과정에서 “감정에 따라 판단하고 이성에 따라 합리화한다.” 노점에서 시작해 서울에 13개 매장을 내고 연 매출 20억 원을 올리고 있는 ‘청년장사꾼’의 김윤규 대표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앞에서 “여자 친구가 추워서 감기 걸리면 약값이 더 들어간다. 무릎 담요 2개에 5천 원이면 남는 장사다”라고 외치며 7분 36초 만에 100개의 담요를 완판했다. 이는 후회상황에 대한 감정을 자극하면서 설득에 성공한 사례다. 메타 분석 결과 유머는 확실하게 설득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머의 내용이 메시지와 적절하게 연결될 때 설득 효과가 높았다.

저자는 설득심리학과 사기심리학을 비교하면서 ‘효과’와 ‘윤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정한 설득은 윤리적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내가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지 점검을 거칠 때 설득의 품격이 높아진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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