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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 인간 존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구소멸, 인간 존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김경화
  • 승인 2022.12.26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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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길거리에서 만나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대한민국’이라고 답할 것이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인구소멸의 대재앙 앞에 대한민국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1960년대는 인구정책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지금과는 판이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일자리는 매우 적었고, 경제 인프라도 너무나 열악했다. 그래서 정부가 주도해서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한국의 인구가 ‘호구지책’도 없이 너무 많다”고 판단하였는데, 극심한 식량난을 타개하고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 인구증가를 최대한 억제해야 했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시절 산아제한정책이 대략 어느 정도였는지는 포스터에 쓰인 ‘표어’ 변천사를 보면 된다. 1960년대는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등이 있었다. 1970년대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도 이 문구들 기억하시는 분들 아주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표어들 지금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나는 ‘모멸감’을 느낀다. ‘인간 존엄’을 침해할 수 있거나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문구들 아닌가? 1970년 이후 일례로 정관·난관시술과 낙태가 성행했다. 특히 낙태죄를 처벌하도록 명시한 형법 제269조(낙태),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졌지만, 그 전부터 사실상 ‘사문화’된지 이미 오래이다. 

국가는 1950년대 6.3명이던 합계출산율이 1994년에 1.6명으로 낮아지자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했다. 그런데 합계출산율 저하는 그 후에도 지속되었다. 경제·사회적으로 힘들어진 계층들이 결혼·출산을 미루고 포기한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인구 위기’를 뒤늦게 감지한 정부는 인구소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2005년 9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이후 인구정책은 ‘산아제한’이 아니라 ‘출산장려’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사회적·경제적 규모의 성장과 시민들의 권리의식 강화, 개인주의의 확대로 정부정책에 따른 ‘인구증가’는 쉽지 않았다. 그것이 “세계 최저출산율”이라는 현재의 재난적 상황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그 예측되는 재앙을 피하기 위하여 국가와 사회는 도대체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은 모두에게 뼈아프게 다가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전체 유·초·중·고교 학생 수는 587만9천768명이다. 1986년 학생 수가 1천31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35년 만에 학령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100만명이 넘던 고3 수험생은 이미 50만도 채 되지 않는다. 더욱이 통계청의 ‘2021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2021년도 출생자는 약 26만 5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2022년 올해 2분기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도 6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 기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도 0.75명까지 추락해 2분기 기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미 세계 꼴찌인 연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에서 올해 0.7명대로 낮아질 것이 확실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인 1.59명의 절반 수준도 안되는 합계출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명이 안 되는 유일한 나라이다. 이 상황이 계속되거나 가속화한다면 향후 급격한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나아가 국가소멸도 충분히 예측이 된다.  

한 나라의 국력을 구성하는 데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시민계층, 넓은 영토, 산업 및 과학기술의 수준, 국방력, 많은 부존자원 등이 국력을 높여주는 요소가 되긴 하지만 가장 우선시 되는 요소는 ‘적정규모’의 인구수이며, 인구수가 그 나라 국력의 근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러한 재앙 즉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은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초고령화 사회’의 출현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복지예산이 증가하게 되고, 반면에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담당하는 ‘경제활동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

그러면 왜 한국에서는 이러한 출산율 저조를 보이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존엄’에 기반한 출산장려정책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출산률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간존엄의 보장’과 연결되어 있다. 즉 태어날 미래세대가 출생 후에 성장하면서 얼마나 ‘인간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양질의 직업을 선택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답하는지가 향후 ‘출산율 제고’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감사원도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청년층의 사회적 이동과 수도권 집중현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 일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고,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에 천문학적인 주거비용과 교육비용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 여성은 여전히 ‘직업’과 ‘결혼이나 출산’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고 있는 상황에 빠져 있다. 이때 여성들이 점점 더 자기 경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후에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행복을 추구하도록 사회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면 그 선택은 지금과는 매우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 등 정치권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출산율 제고’와 ‘지역 균형발전’, ‘제한적 이민 유입’ 등 인구 수를 늘리는 방안 마련에 담대한 논의와 타협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의 백년대계인 ‘인구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380조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 아니라 ‘인간존엄’의 관점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효율적인 장·단기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세계 최저 출산율을 극복하고 국가의 번영과 안정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정치권이 사분오열되어 허송세월한다면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국가소멸이라는 ‘사상초유의 재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 후과는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재앙이 되고, 미래 세대는 현재의 우리에 대해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한 세대”로 평가할 것이다.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학교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대학혁신지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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