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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중심적 경제교육” … 시장근본주의 편향 지적
“기업중심적 경제교육” … 시장근본주의 편향 지적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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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_한국사회경제학회, 교육부와 전경련 간의 경제교과 협약 비판

경제·경영·산업사회학자 1백27명이 발표한 ‘경제교육을 기업에 팔아넘기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지난 2월 8일 전경련에서 발행한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가 중학교 인증도서로 승인되고, 같은 달 15일 교육부가 전경련과 함께 ‘경제교육 내실화를 위한 MOU’(이하 공동협약)를 체결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 공동협약은 급변하는 경제환경 및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요구를 교육과정에 신속하게 반영한 경제교재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주요과정은 경제 5단체의 추천자를 중심으로 현행 경제 교과서를 수정·보완하고, 차기 경제 관련 교육과정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전달, 그리고 교육부와 전경련이 각각 5천만원씩 부담해 올해 안에 경제교과서 혁신 모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보학자들은 특히 재벌의 이해를 반영해 교육과정을 개편하려는 교육부의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민 전북대 교수는 “전경련이 제8차 개정안을 친기업·친시장적 방향과 내용으로 재편·강화하기 위한 절묘한 포석으로, 친미개방주의적 시각으로 구성된 미국경제교육협의회의 중학교 경제교과서를 번역했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 등의 최근 활동에 대해 정성진 경상대 교수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격화되고 현 정부 출범이후 초조해진 지배계급이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시킬 지배이념을 확립하기 위해 공교육을 선전수단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7차 개정을 통해 시장경제의 모순된 현실이 부분적으로 반영됐지만, 오히려 더 시장근본주의로 편향됐으며, 현행 교과서 집필자 중 진보진영의 경제학자는 한 명도 없어 민주적으로 재서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현재 교과서논쟁은 경제교육의 목표를 하나의 이념을 강요하는 교육으로 퇴보시켰으며, 8차 교육과정은 지식과 의사결정능력을 넘어 비판과 반성적 사고 등을 가능하도록 재설계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교육부는 김진표 장관의 지시로 학계와 기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3명으로 경제교과서자문회의(위원장 이승훈)를 구성했으며, 지난 3월 31일 1차 회의를 가졌다. 양원택 교육부 교육과정정책부 연구사는 “다양한 관계자를 모셔 편향의 우려를 없애고, 경제교육과정 개발에 있어 균형적인 필터링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계의 참여진이 대부분 주류경제 성향의 학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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