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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어떻게 ‘중증 꼰대’가 되는가…물리학이 파헤치다
교수는 어떻게 ‘중증 꼰대’가 되는가…물리학이 파헤치다
  • 김재호
  • 승인 2022.12.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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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372쪽

강의·회의에서 자신의 생각 바꾸는 교수 드물어
꼰대 대마왕은 다른 분야까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적 분석만으로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다. 하지만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물리학과)의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물리학이 역사, 철학, 우주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흥미롭게 알려준다. 

물리학은 시간이 왜, 어떻게 흐르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김 교수는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를 통해 조금은 설명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간의 흐름에는 늘 엔트로피가 동반된다. 김 교수는 “외부와 단절되어 저절로 일어나는 시간에 따른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 에너지는 줄어들고 엔트로피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강물은 에너지로 흐르고, 세월은 엔트로피로 흐른다”라고 적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시간이 흘러 다시 배가 고파진다. 왜냐하면 내 위 속의 있던 음식물이 분해되면서 엔트로피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채사장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웨일북, 2022)가 떠올랐다. 채사장은 죽음은 순간일 뿐 기적처럼 현세에서 당신과 내가 만났듯이, 죽음 이후에 또 다른 기적의 확률로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라고 주장했다. 채사장의 주장은 철학, 과학에 기반한다. 인간은 왜 죽는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작은 답이 여기에도 있다. 김 교수는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 중 철은 초신성의 폭발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과학자도, 시인도 인간은 별로부터 왔다고 분석하고 노래한다. 

김 교수는 “죽음이라는 사건의 전후에 내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전혀 변화가 없다”라며 “죽음 이후 시간이 지나면 내 몸을 구성하던 유기물질들은 여러 곤충과 세균이 분해시켜서 여기저기로 흩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내가 죽어도 아무것도 소멸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별의 먼지라는 것, 그리고 내가 죽음으로 소멸해도 나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자리만 옮길 뿐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나의 몸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공유 자산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라는 결론은 설득력이 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처음’, ‘흐름’, ‘허공’, ‘빈칸’, ‘사과’, ‘무게’, ‘떨림’, ‘순환’, ‘무한’, ‘틈새’ 등 42개 키워드로 삶을 조명한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중요한 과학 개념이 간략히 설명돼 있다. 또한 중간중간 ‘과학자의 노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로 인간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또한 저자가 한 명이라도 주어는 ‘우리’라고 쓰는 등 논문을 쓰며 생긴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담기도 했다.    

 

자기 얘기만 주구장창…교수는 꼰대

대학교수 중 꼰대 많은 이유 분석

자신이 꼰대라는 걸 모르는 꼰대는 문제가 심각하다. 김 교수는 스스로를 꼰대라 부르며, 대학교수 중에 왜 그리 꼰대가 많은지 분석했다. 그 이유는 강의·회의에서 자신의 얘기만 주구장창 하기 때문이다. “회의가 시작할 때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한 교수는, 회의가 끝나면 자기 의견이 정말로 옳다고 생각한다.”

<교수신문> 제1142호에 실린 「철 지난 귀국 타령은 이제 그만」 칼럼은 유학파 교수들이 습관적으로 “귀국한 지 O년째인데요”라고 말하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그러한 유학파 교수들은 “시공간의 모든 좌표축을 아우루는 진정한 꼰대”다. 스스로 물어보자.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와 다를까?”라고 자주 생각했는가? 그렇다면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문제다. 꼰대이기 때문이다. 

 

교수는 강의나 회의에서 주구장창 자기 얘기만 하기에 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픽사베이

‘꼰대’편은 교수사회를 뜨끔하게 한다. 김 교수는 꼰대를 “시공간 위치가 원점으로부터 (f, x)로 떨어진 지금 이곳의 상황을 원점에서 형성된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며 물리학자 다운 정의를 보여줬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의 대학교수가 ‘중증 꼰대’라고 지적했다. “자기가 아무리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그 말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자리에 있을 때가 많아서다.”

일방적인 강의나 회의에서 자신의 생각·오류를 바꾸는 교수는 드물다. “회의가 시작할 때 자기 의견이 옳다고 생각한 교수는, 회의가 끝나면 자기 의견이 정말로 옳다고 생각한다.” 김 교수는 “꼰대 대마왕은 시공간의 모든 좌표축을 아우르는 진정한 꼰대”라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공학을 공부하며 접했던 좁은 한인 사회에서의 경험으로 현재의 한국 사회를 판단하는 사람을 보면 ‘그건 그때 거기 이야기죠’라고 하자.”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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