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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시장서 검증 바람직”
“표현의 자유, 시장서 검증 바람직”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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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강정구 교수 ‘유죄’ 선고…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진동 판사는 26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여러 글을 살펴보면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고 미군의 개입이 없었다면 적화통일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극적인 방법으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선동적 표현을 한데 대해 엄격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상 학문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역시 헌법에 의해 내심의 영역을 벗어난 표현의 영역에 대해 상대적 제한이 가능하다”면서 “피고인이 각종 글을 통해 우리 사회에 합리적 화두를 던졌다고 볼수 없고 국가 질서에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주장을 했다고 판단돼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대한민국의 존재와 영속성을 부정하는 자신의 표현의 옳고 그름은 판단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나 미국의 참전을 불법침략행위로 규정하고 한국을 미국의 신 식민지라고 주장하며 주체사상을 받아들여 시민·민족사회가 통일 대업에 나서자는 표현은 북의 대남 적화혁명론에 동조하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교수 신분인 점을 감안하면 민족의 존립과 안전, 질서에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주장이며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임을 넉넉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 200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뒤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다시 같은 법을 위한한 혐의로 기속됐음에도 법정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등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는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에서 검증되는 게 바람직하고 우리 사회가 이를 검증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며, 피고인이 폭력시위 등을 하지 않았고, 유죄 선고만으로도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가해지는 처벌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실형 선고는 가혹하다”라고 밝히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선고 직후 강 교수는 “재판은 법의 기준에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족사적 사회적 요구나 인류 보편사적 원칙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재판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밝혀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유죄’ 선고를 받은 강 교수의 교수 신분 지속여부에 대해 동국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동국대 학칙과 사립학교법,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당연 퇴직 사유에 해당한다. 결정된 것은 없지만 퇴직이 되더라도 항소 등으로 최종 재판 결과가 ‘무죄’로 나온다면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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