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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대학 교양교육의 개선 방향
교수논평: 대학 교양교육의 개선 방향
  • 하병학 가톨릭대
  • 승인 200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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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학/가톨릭대·교양교육

  최근 국내 많은 대학은 교양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교양교육을 대학의 특성화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대학은 학부대학, 교양교육원, 교양학부 등을 설립하여 교양교육 전반을 기획·관리·운영함으로써 질높은 교양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교양교육 개선의 특징은 영어, IT 외에 기존의 ‘철학개론’, ‘작문’, ‘한국사’ 등과 같이 몇몇 전공학과에서 제공하는 교양교과목을 정비하여 ‘글쓰기와 읽기’, ‘발표와 토론’, ‘분석과 비판의 기초’ 등의 학제적인 교양교과목을 제공함으로써 학문탐구를 위한 기초교육, 다양한 학문들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창의적 사고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대학 교양교육의 개선의 필요성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수능성적 향상만을 목표로 하는 우리 고등학교 교육이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대학 신입생들에게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학문탐구를 하는 성향과 능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오늘날 학문의 영역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됨으로써 자신의 전공지식만 갖추고 타분야에 대해서는 이해력이 부족한 ‘전문바보(Fachidiot)’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현대에 들어와 정보의 접근성이 용이해져 정보의 독점이 어렵고,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엄청난 데 비해 정보의 효용기간은 짧아져 정보의 획득보다는 정보의 활용과 생산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넷째 미디어, 인터넷 등의 발달과 공동체의 민주적 운영으로 인해 의사소통능력이 지성인에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문경계를 가로지르는 종합적인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통합적으로 교육하겠다는 교양교육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교양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는지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각 대학의 교육이념과 환경에 따라 교양교육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구체적인 교육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순수학문과 마찬가지로 교양교육이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는 없다. 학교당국의 책임자가 바뀌었을 때도 유지될 수 있는 교양교육의 로드맵이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교양교육은 손이 많이 가는 교육이다. 7~80명을 대상으로 극장식 강의실에서는 좋은 교양교육을 실현할 수 없다. 학생과 교육자가 함께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는 수업공간과 첨삭지도 등의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교육조교, 멘토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첨언컨대 교육조교제도는 미래 교육자들을 육성하고 대학원 활성화에 기여함을 밝혀둔다. 

  셋째, 학교당국과 전공학과 전임교수들은 기초학문탐구능력 향상을 위한 교양교육이 내실화될 때 전공교육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현재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이 대개 비정년전임교수, 초빙교수, 시간강사라는 계약직 신분이라는 사실은 학교당국의 교양교육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교육경험이 풍부한 전임교수들의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촉구된다.

  넷째, 교양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교수는 없다. 따라서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교수들은 자신의 전공영역에서 교양교육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교양교육적 자원으로 변형하는 것과 함께 다른 전공의 교양교육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초적이고도 통합적인 교양교육의 모델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학교당국에서는 이러한 연구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과 함께 교양교육 교수에 대한 연구평가를 자신의 전공학문이 아니라 교양교육 분야에 중점을 둠으로써 교양교육 연구를 촉진해야 한다.

  다섯째, 교육의 질은 교육자의 질에, 교육자의 질은 교육자의 교육열과 교육환경에 의존한다. 학생과 학교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는 좋은 교육자는 없으며 이러한 의식은 시간강사, 계약직 교수가 갖기 힘들다. 최선을 다 하면 이 대학이 나의 영원한 직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약직 교수에게 열어 놓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 1-2년씩 갱신하되 최대 3-6년간이라는 근무조건은 수정되어야 한다. 최대 3년 근무 가능한 대학에 입사할 경우 1년은 적응한다고 질 높은 교양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그 후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교양교육과 무관한 자신의 전공분야만 연구한다면 ‘좋은 교양교육’은 허구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잡음>

교수신문 제399호(5월 22일자) 11면에 실린 교수논평의 제목 ‘왜 질높은 교양교육이 허구일 수밖에 없는가’는 필자와 상의 없이 교수신문에서 붙인 관계로 원래 제목 ‘대학 교양교육의 개선방향’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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