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9:50 (토)
"경제교육을 기업에 팔아넘기지 말라"
"경제교육을 기업에 팔아넘기지 말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5.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경영·산업사회학자 1백27명 성명서 내

경제·경영·산업사회학자 1백27명이 교육부와 전경련의 경제교과서 개발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지난 2월 15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중고교 경제교과서를 내실화한다는 명분아래 전국경제인연합과 공동협약을 맺고, 전경련이 자금을 50% 부담하는 조건 하에 교과서개발작업에 들어간 것에 대해, 한국사회경제학회를 중심으로 항의하는 성명서를 만들고 총 1백27명의 서명을 받은 것이다. 

아울러, 한국사회경제학회(회장 박진도 충남대 교수, 홈페이지:www.ksesa.org)에서는 이와 관련 오는 6월 13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정동배재빌딩)에서 '중고교 경제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포럼을 갖는다.

이날 정성진 경상대 교수 및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최근의 경제교과서비판에 대한 검토'라는 발제문을 발표하고 홍훈 연세대 교수 및 류동민 충남대 교수가 '현행 고교경제교과서의 내용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할 계획이다.

그리고 안현효 대구대 교수가 '중등과정 경제교과서의 분석-교과과정논쟁'을, 최종민 전북대 교수가 '전국경제인연합회 편찬 중학교 경제교과서의 기본 시각과 문제점'을 연이어 발표한다.

아래는 이번에 제출된 경제·경영·산업사회학자 1백27명의 성명서 전문.

<성명서>

경제교육을 기업에 팔아넘기지 말라: 교육부와 경제단체 간의 경제교과서개발에 대한 전국 경제․경영․산업사회학자들의 입장

지난 2월 15일 교육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이른바 경제교육내실화를 위한 공동협약(MOU)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르면 경제5단체 추천자를 중심으로 한 경제교과서발전협의회를 통해 경제교과서의 내용에 경제계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필요한 개발비용의 절반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지원받도록 결정하였다. 이는 최근 여러 가지 형태로 제기되어 왔던, 경제교과서를 친기업적․친시장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재벌 단체 및 그 주변 연구기관들의 주장을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현실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에 다름 아니다.

시장경제체제는 재벌로 상징되는 일부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익집단 및 경제주체들의 참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업 또한 기업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노동자․협력업체․금융기관․소비자 등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결합체라는 것은 경제학의 초보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채 특정 이익집단과 협력하여, 미래를 이끌어나갈 어린 학생들의 교과내용을 결정하려는 것은 국가기구의 중립성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마저도 저버리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금언은 사회과학적 사안에 대한 견해의 파당성과 자금 원천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를 알지 못하였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이런 정책을 편다면 범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교육부가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즉각 경제교과서개발을 위한 경제단체와의 일방적 협의와 재정적 유착을 중단하고,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견해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적 틀 속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2006년 5월
전국 경제․경영․산업사회학자 일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