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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생명 불어넣는 소프트웨어…가치확산해야 진짜 SW개발”
“사물에 생명 불어넣는 소프트웨어…가치확산해야 진짜 SW개발”
  • 김재호
  • 승인 2022.12.14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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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이은석 성균관대 SW융합대학 학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이지만 아직도 SW 중요한지 잘 몰라
공동체 나눔 위해 SW 가치 확산하고 해외 봉사활동 다녀

“소프트웨어(SW) 테스트·디버깅을 자동화해 신의 영역 직전까지 도전한다.” 이은석 성균관대 SW융합대학 학장(SW중심대학 사업단장)은 미래의 SW 비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8일, 학장실에서 만난 이 학장은 SW개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비용 중 70%가 SW품질을 확인하는 테스트·디버깅에 투입된다”라며 “이 과정을 자동화하면 그 인력들이 좀 더 창의적인 코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테스트·디버깅은 코드에 숨어 있는 결함을 찾아내 프로그램의 오동작을 방지하려는 SW개발 과정이다. 이 학장은 SW 20만 개 코드를 분석한 프로젝트 경험을 전했다.

 

이은석 학장은 성균관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 고, 일본 도호쿠대에서 정보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학장은 미쓰비시 정보·전자 연구센터에 서 연구 과학자로 일했으며, 도호쿠대 조교수를 역임했다.

일본 도호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쓰비시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이 학장. 일본의 기업문화는 과연 어떨까. “그 당시 글로벌 순위 10개 중에서 일본 기업이 7개 있었다. 점심 1시간 중 15분 식사 후 또 다시 일하는 걸 보고 놀랐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힘들어할 때는 부서 팀장이 야구 글로브를 가져와 캐치볼을 함께 해주며 얘기를 들어주었다고 한다. 일본 기업은 공사 구분이 확실하고, 회식도 더치페이로 한다. 회사 워크숍을 갈 때도,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이동해 밤새 토론했다. “일본에서는 땅을 딛고 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기본 없는 일을 하는 듯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다변화 되는 세상 속에서 ‘명분과 실리’의 균형이 필요하지만 실리가 허하는 범위에서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후 쇠락의 길을 걷는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다름을 수용하는” 융합 역량 부족도 한 원인 인 것 같다는 게 이 학장의 의견이다.

 

20년 전 실패한 프로젝트, 여전히 아쉬워

이 학장은 SW엔지니어이자 연구자로서 40여 년을 살아오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경험에 대해 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일을 들려줬다. “외환위기의 어려운 시기에 당시 글로벌 1위 기업이었던 일본 소니 회사의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다. SW개발 프로세스 개선과 그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도구 개발이었다. 그런데 프로세스 개선 작업은 성공적이었으나 개발한 도구의 수준은 그렇지 못했다. 향후 유지보수 용이성을 고려해 당시로서는 그다지 완성도가 높지 않았던 자바(Java)라는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비했던 라이브러리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실패한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늘 마음에 빚으로 남아 있다.” 이후 이 학장은 실패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위해 엔지니어로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그렇다면 과연 SW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이 학장은 “HW(하드웨어)의 범위가 모든 사물로 확대되면 결국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 SW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이 각각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하고 필요에 따라 연결·연동되고, 그 과정에서 무결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양질의 SW에 기반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결국 SW는 모든 인간 사회와 우주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라며 “아마도 SW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신의 영역인 듯하다”라고 말했다.

 

사물을 연결하고 작동시키는 양질의 SW

그런데 대학생들은 좋은 일자리만 찾고, 기업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는 이른바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 성균관대 SW융합대학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경험·인성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리 대학은 기초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전공 교과목에 대한 엄격한 운영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교과목 설계 시에는 최신 기술과 경향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학장은 교과 수업만으로 채워지기 어려운 현장 감각을 키우고 소통과 협업 등 중요한 소양을 익히기 위해 모든 학생들에게 인턴십과 산학 프로젝트를 졸업의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성균관대 SW중심대학사업단은 연간 27개 기업과 협업한다. 본 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공동체에 환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는 바이오·금융 기업들도 있다. 학생들은 기업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며 현장을 배운다. 기업 입장에서는 학생들과 일하며 부족한 인력을 보충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인턴 후 대학생들이 대기업만을 선호해 어려움이 있다.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6개월+6개월’ 인턴 경험 잇기를 통해 기업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한다.

아울러, 이 학장은 성균관대의 인재상인 ‘수기치인(修己治人: 자신을 수양하고 세상을 다스린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고 주위 공동체에 대한 헌신·기여·나눔을 강조하고 있다. SW 가치확산이나 해외 봉사활동 등도 그 일환이다. 그래서 이 학장은 학생들에게 SW 창업도 강조한다. 이 학장 스스로 초중등 SW교육을 위한 ‘스마트 피드백 시스템’으로 창업을 구상하고 있다.

 

SW 개발자 모시기, 장기적 교육정책이 우선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업이나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발전이 국가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SW 파워를 높이기 위한 제도는 무엇이 있을까. 이 학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가 되면서 SW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 이러한 사실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재 글로벌한 소재·부품·장비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업계 등에서도 SW 개발자 확보에 힘을 쏟고 있으나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혹한기에도 전통적인 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한 우수SW 개발자 확보 움직임이 기업들의 ‘SW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초·중등교육에서부터 SW 분야 기초가 제대로 습득된 SW 개발자 양성이 매우 절실하다.” 장기적 교육정책에 토대를 둔 SW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코 여유롭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이 학장은 실제 대학 안에 들어와 보면 열악한 환경에서 교수들이 얼마나 고군분투 힘겹게 애쓰고 있는지 알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 학장은 “대학은 정부-산업체-연구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융합할 수 있는 융합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라며 “이상적으로는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이 유연하게 연동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학장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의 리소스와 지식·경험이 사회적 기여가 가능하도록 공유돼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성균관대 SW융합대학, 미래를 설계하다

“학생 성공에 대한 ‘진정성’이 우리의 강점”

2015년 SW대학을 설립하고, 2021 년 SW융합대학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성균관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SW중심대학사업 1단계(2015년 9월∼2021년 2월) 에 선정됐다. 이후 2단계(2021년 3월∼2026년 12월)로 연속 선 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현재 SW중심대학사업에는 44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은석 성균관대 SW융합대학 학장이 학생회 및 동아리 연합 학생들과 함께 '학생성공'을 위한 화이팅을 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졸업 필수 요건으로 SW-AI교육을 최소 9학점 부터 최대 17학점까지 이수해야 한다. SW 전공자는 역량을 강화하고, 비전공자는 SW 기반의 융합교육을 이수한다. 이를 위해 SW 단일학과 체제에서 융합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융합학부를 새로 추가했다. 이 학장은 성균관대 SW융합대학만의 강점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학생 교육과 학생 성공에 대한 진심이 바로 우리의 진정성을 향한 행동규범”이라며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설계·운영, 물리적 구조 변혁, 대학 본부나 단과 대학의 주요 의사 결정의 핵심 기반이 바로 그 진정성에 기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학생들만 SW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해마다 100여 명의 교수들도 AI교육을 받고 있다. 인문사회대학, 의과대학, 생명공학대학, 이과대학, 약학대학, 유학대학, 경영·경제 대학 등 모든 단과대학 교수들이 SW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협업한다. 그 결과, 신소재공학부의 한 교수는 머신러닝기술을 이용한 ‘전기화학적 임피던스 분광법(배터리의 내부 저항 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지난 10월, 이은석 성균관대 SW융합대학 학장이 학생회 및 동아리 연합의 2022년 활동성과 및 2023년 활동계획에 대한 발표회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SW개발은 종합학문이며 기술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성균관대 SW융합대학만의 교육 노하우에 대해 이 학장은 “좋은 SW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 △운영체제 △네트워크나 데이터베이스 △다양한 분야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개발하는 SW 시스템이 사회나 운영조직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비즈니스 목표와 프로세스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균관대 SW융합대학은 인턴십과 산학 프로젝트, 대규모 오픈소스 분석·변경 등을 졸업 요건으로 해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학장은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을 경험하도 록 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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