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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무용학과 석·박사 실기시험, 이대로 좋은가
진단 : 무용학과 석·박사 실기시험, 이대로 좋은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5.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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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중심이 낳는 弊害 커 … 이론과 실기전공 분리 필요

최근 이화여대 무용과에서는 2007년 1학기부터 박사입학전형 요강에서 ‘공연포트폴리오’ 제출을 폐지하고, 영어시험과 전공시험으로 대체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론만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는데, 실기시험으로 입학 자격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사과정 입학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실기시험전형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다수를 차지하는 실기전공 교수들의 반대로 조정이 필요한 탓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 대학의 무용학과 대학원에서 입학시 실기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로부터 양산되는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론적인 공부를 할 자질이나 의욕’이 제대로 평가되기 않아, 결국 무용과 석·박사 논문들이 “제대로 된 글이 거의 없다”는 것은 계속해서 지적돼온 문제다.

박사과정에서의 폐해도 만만치 않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A 강사는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지망생들이 실기나 이론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에서 입학하게 되며, 결국에는 이론공부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한 박사들이 배출된다”라며 문제점을 진단한다.

현재 서울소재 주요 대학 9곳의 무용학과 입학시험 요강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화여대, 세종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은 석사입학시 실기시험을 보고 있으며, 그중 이화여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3곳은 박사과정에서 공연포트폴리오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성균관대, 한성대, 중앙대, 숙명여대, 한양대 등은 면접과 서류심사만으로 입학전형이 이뤄진다.

물론 실기시험의 여부 하나만으로 대학원의 후진성이나 교육상 폐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일부 대학은 최근 입학생이 거의 없어 입학자격시험에서 실기를 없애는 방법으로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인주 서울대 강사(무용미학)는 “국내 대학원의 가장 큰 문제는 실기석사(M.F.A.)와 이론석사(M.A.)를 구분하지 않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즉, 영미권을 비롯한 유럽대학의 경우 실기와 이론 전공학생이 철저히 구별돼 입학자격 여부를 따지며, 졸업시에도 실기석사는 ‘안무작품’으로, 이론석사는 ‘논문’으로 주요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론과 실기 구분없이 모두 ‘이론(논문)’만으로 졸업하게 되어 있으며, 정작 논문을 쓰는 이들도 대부분 무용단에 입단해 실기를 주요 전공으로 삼는데 문제가 있다.

서울소재 한 대학 무용학과의 B 교수는 “국내 대학들이 ‘무용수’를 기를 것인가, 아니면 이론과 안무능력을 겸비한 ‘무용가’를 양성할 것인가를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가령,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경우처럼 실기만 하는 이들은 ‘무용수’로서 전문기관에서 양성하고, 대학은 “이론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물론 현 대학구조를 실기중심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이론중심으로 이끌어갈 것인가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무용학과 학부생들은 100% 실기로 입학하는 상황이라 실기수요가 많을 뿐 아니라, 현재 대학의 무용학과는 실기전공 교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지도받는 학생들 역시 실기를 주요 전공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 실기전공자들이 대학에 자리를 잡으려 할 경우 박사학위까지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무리하게 박사학위를 받으려는 경우도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한 교수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입학시험과 자격시험이 불일치하여 발생하는 석·박사의 이론적 부실함으로 인해 현재 몇몇 대학은 입학시험전형을 개정하도록 추진 중이지만, 장기적 차원에서는 실기와 이론교육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하는 구조개혁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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