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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념·빈부’ 갈등 세계 1위…인문사회로 공동체 회복하자
한국, ‘이념·빈부’ 갈등 세계 1위…인문사회로 공동체 회복하자
  • 김재호
  • 승인 2022.12.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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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

“국가위기관리와 인문사회-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하다.
탈추격형 과학기술을 위한 ‘인문상상실험형 R&D(가칭)’로 인간의 핵심가치를 성찰하자.”

기초과학 지원 예산은 2012년 9천355억 원에서 올해 2조4천666억 원으로 1조5천311억 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인문사회 지원예산은 2012년 1천748억 원에서 올해 2천343억 원으로 59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연구재단의 25개 기초과학 및 인문사회 학술지원사업(기초과학 14개/인문사회 11개)을 분석한 결과다. 이태규 국회의원은 “이러한 결과는 학문영역 간에 심각한 불균형과 함께 인문사회분야의 정체와 퇴보를 초래하고, 기술적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순과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어쩌면 한국 정치의 비생산성과 후진성의 원인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2021년 기준 국가 R&D 예산은 27조4천5억 원인데 비해 인문사회분야 순수 R&D 예산은 그 1.2%인 3천226억 원에 불과하다”라며 “시장성이 부족하더라도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것이라면, 그 공공성을 감안하여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일본, 메가시티와 환경 프로젝트 진행

엄연석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장은 「문명의 위기대응과 문화의 미래 패러다임 구축」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이념적 갈등에서 세계 1위, 빈부 갈등에서 칠레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사회문화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여론조사 글로벌 기업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조사 항목 12개 중 △정당 △이념 △빈부격차 △남녀 △학력 △종교 △세대의 7개 항목에서 한국은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엄 소장은 “노동계급과 사회계급, 도시와 시골 간 갈등은 비록 1위는 아니었지만 그 갈등의 정도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엄 소장은 메가 프로젝트 사례로 일본의 ‘메가시티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임팩트’를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 분야에서 일본 최초의 국립연구소인 총합지구환경학연구소(RIHN)가 주도했다. 연구소는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연구하면서도 인문사회학 분야를 적극 수용했다. 프로젝트는 인간과 자연계와의 상호작용의 고리를 밝히고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환 △다양성 △자원 △문명환경사 및 지구지역학의 5개 영역을 설정했다. 프로젝트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기, 2010년부터 2기가 진행 중이다.

김동혁 센터장은 민간 기반 연구 프로젝트로 스웨덴 최대 단일 연구프로그램인 ‘발렌버그 AI, 자율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문학과 사회(The Wallenberg AI, Autonomous Systems and Software Program-Humanities and Society)’를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수행된다. 자금 규모는 약 860억 원이다. 주요 연구 주제는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기술적 이행에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는지 성찰하고, 경제·노동 시장에 대한 사회와 법적 측면의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같은 인적재난 대응하기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은 「국가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구축사업」의 필요성을 발표문을 통해 제시했다. 국가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구축사업의 7개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 생명, 권리를 포함하는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의 존중과 구현 △위기 예방, 대비, 대응, 복구를 위한 제학문적 접근 △인문사회과학과 첨단 과학기술 및 의학 등 융복합 학문의 참여 △인문사회과학의 연구와 정책, 현장, 과학기술의 연계 △중앙정부, 지방정부, 대학(연구소), 현장(시민, 실무자)의 연계 및 거버넌스 구축 △미래 안전 사회의 위기관리 가치와 철학이 선도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추진 △신안보 관점의 다양한 국가위기의 통합적이고 총체적 관리 체계 구축 등이다.

국가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구축 대상 위기로는 전통적 군사안보, 국가핵심기반 마비, 자연재난, 인적재난, 국민생활안전, 신종 국가위기가 있다. 신종 국가위기는 우주 재난, 슈퍼 기후위기 재난, 신종 팬데믹 등이다. 인적재난 위기에는 이태원 참사 같은 인파 압사사고 재난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한 센터가 전국에 구축될 경우, 97개 연구소가 참여해 6년간 3천228억 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형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은 「한국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다원적 활용」에서 기본 방향으로 6가지를 제시했다. △인문·사회과학의 학술적 위상의 회복과 존재가치의 증진 △순수인문사회과학의 학술역량 강화, 사회 정책과의 융화와 상생 발전 △지역 현안의 특성화 연구와 글로벌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한 공동연구 △광범위한 디지털 자료기반의 확장과 사회공헌형(문제해결형) 선도 프로젝트의 병행 △인문사회분야 주도형 융합프로젝트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설계 △다학제적 융합연구의 생태계 구축과 창의적 융합인재의 양성. 

이 원장은 그동안 발생했던 인문사회과학의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학문 분야간 불균형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고 인류공동체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인문사회과학으로 극복한다. 순수 인문학 멸종 위기는 학술역량 강화, 학문체계 통합, 현실대응력 강화가 필요하다. 지방대학의 위기 심화와 학술생태계 붕괴는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의 지속적인 우위 점유를 위한 기반 연구 활성화로 대응한다. 지적 콘텐츠 사장화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미래의 뉴노멀 타입을 제시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이후 현저하게 변화된 새로운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문사회가 주도해 인간화된 사물들과 공존 속 인간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설계한다. 단일 전공영역의 한계는 다학제간 융합연구로 돌파한다.

 

 

검색 잘 안되고 찾기 힘든 인문학 콘텐츠

현재 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의 현황을 보면 통합 플랫폼이 미비하다. 첫째, 인문분야 디지털 데이터가 국가 데이터 맵 분류 체계상 누락됐다. 둘째, 인문분야 디지털 데이터 보유현황을 추적하기 어렵다. 셋째, 데이터 접근성 및 공공성이 부족하다. 넷째, 메타데이터 누락되고, 검색엔진은 미비하다. 디지털 데이터 프로젝트의 해외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로

인류의 자료를 모아서 전자정보로 저장해 배포하고 있다. 1971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는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아오조라 문고’는 저작권이 풀린 일본 문학작품을 수집, 전자문서화해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연간 방문객 수는 1천만 건 이상이다. 중국의 ‘유기문고’는 전자도서관으로 40만 건 이상의 문헌이 위키소스를 통해 전자화되어 있다.

한국 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은 DB구축 및 중점운영 센터, 데이터 수집-구축 협력 센터, 디지털 데이터 연구 센터가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 이 원장은 7년 사업비로 7천억 원을 제안했다. 디지털 데이터 생산에 4천200억 원, 플랫폼 관리 및 운영에 2천100억 원, 응용가치 창출과 소비에 7백억 원을 책정했다. 

 

지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인문학이 답한다

토론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은 “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하는 누리호 프로젝트, 극지연구소가 주도하는 아라온호 프로젝트 등 수 천 억원에 달하는 연구 사업들이 우주와 해양을 향한 국가적·국민적 열망을 담아 추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인문사회분야도 예를 들어 과거 『조선왕조실록』을 국역하고, 인터넷과 CD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의 효능감과 상상력의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토론회에서 발표된 ‘국가위기관리 디지털플랫폼 사업’, ‘한국 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언급했다. 그는 “로봇과 AI, 메타버스, 기후위기 등으로 인간과 사회, 지구에 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고, 그에 따라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도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메가체인지의 시대’를 선도국가로서 대한민국의 국가성격 변화, 기술의 전환점, 국제 환경의 변화, 지구적 위기로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020년대 이후 한국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하면서 후발국의 이점이 사라지고, 미래 비전을 전략·전술적 차원 뿐 아니라 ‘가치’적 측면에서 새로이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수입 대체’가 가능했던 발전 모델에서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사회경제적 양극화, 능력주의 공정담론의 부상 등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이은수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인문학 내·외적인 관점에서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를 말했다. 내적인 관점은 인문사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은 여러 국가들이 서로 연합해 ‘DARIAH(Digital Research Infrastructure for the Arts and Humanities)’라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DARIAH는 예술과 인문학을 위한 디지털 연구 인프라다. 이 교수는 “DARIAH는 지난 10년동안 인문사회학자들에게 필요한 디지털데이터셋과 도구들을 포함한 인프라를 제공해 올수 있었다”라며 “그 결과 유럽 각국에서 때로는 더 거시적이고 더 미시적인, 또한 더 대중들이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깊이있는 연구를 촉발시킬 인문학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토대가 되어 왔다”라고 말했다.

외적인 관점에서는 탈추격형 과학기술을 위한 인문상상실험 R&D가 제안됐다. 2019년 스티븐 슈워츠면 블랙스톤사(투자운용사) 회장은 옥스포드대 인문대학에 총 2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는 “르네상스 이후 옥스퍼드 최대의 기부”라고 불렸다. 인간의 핵심가치에 대한 통찰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그 결과 역사, 언어, 철학, 종교학을 비롯한 다방면의 인문 분야 학문들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는 슈워츠만 센터가 건립됐다.

이 교수는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로 ‘인문상상실험형 R&D(가칭)’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30년 전 미국의 작가인 닐 스티븐슨이 『스노우 크래시』(1992)에서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와 같이 이 교수는 “만약 어떤 인문학자가 문학과 역사와 철학에 근간하여 무엇인가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마음껏 실험해볼 장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라며 “기계화, 초지능화 되어가는 시대에 사람들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내면의 욕구와 필요를 읽어내고, 그런 욕구와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선도적인 첫걸음을 인문학자들이 개척해 나갈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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