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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하방’당한 지식인…지식인론도 재구성 필요하다”
“구조적 ‘하방’당한 지식인…지식인론도 재구성 필요하다”
  • 강일구
  • 승인 2022.12.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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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현 대구대 교수 '한국 대학 교수직의 변화: 교수직의 카스트적 분화와 지식인의 장소'
박치현 대구대 교수(자유전공학부, 사진 오른쪽)는 '한국 대학 교수직의 변화: 교수직의 카스트적 분화와 지식인의 장소'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강명숙 배제대 교직부 교수는 박 교수의 발제에 대해 보충 의견을 냈다.

요즘 대학 내에는 많은 종류의 교수가 있다. 학술연구교수처럼 고용은 대학에 돼 있는데 월급은 교육부에서 나오는 교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조건 자체가 복잡해지면서 지식인을 논하는 것도 난해해졌다. 저는 이 중에 비교적 가시화가 덜 된 비정년 교수 문제를 다루려 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이하 비정년 교수)는 2003년에 연세대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는 교수가 ‘철밥통’이란 비판이 있어 이 같은 계약이 정당화되는 분위기였다. 계약제를 도입해 강의‧연구전담교수처럼 교수를 기능별로 채용했고 이런 분업화는 교수에게 급여를 적게 주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비정년 교수에게 강의만이 아니라 연구와 학생지도 등도 대학이 요구하기 시작했다. 교양대학을 중심으로 학과 소속 교수가 돼 정년 교수처럼 학생을 지도하지만 대우는 절반 이하인 경우도 생겼다.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전임교수 확보율에 비정년 전임교수까지 포함하며 이런 상황을 공인했다. 

연구 지속 기반 없으면 수월성 투자도 위태

대학 내 교수 간 격차를 신분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된 원인에는 대학서열 체제와 연구중심대학 모델이 결합 돼 탄생한 ‘엘리트주의적 수월성’ 영향이 크다. “소수의 뛰어난 학자에게 몰아주자!”는 관념이 신임교수 뽑을 때도 적용된다. 이런 풍토는 교수임용과 관련해 대학 내 신분격차를 공고하게 만든다. 연구업적이 많더라도 국내 박사 학위자, 인문사회계열 같은 비인기학문이나 이공계 기초학문 전공자는 대학 고용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중하층민의 지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생기도록 한다.

한국 청년층의 석박사 이수율은 3%로 OECD회원국의 평균(15%)보다 낮다. 연구 잘하는 학자에게 몰아주자는 기존의 사고가 이제 더 정교화돼야 한다. 현재 필요한 것은 학문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연구 안전망이다. 후속세대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금처럼 소수에게 몰아주는 것도 후속세대에게서는 불가능해지며 학문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지식인 프롤레타리아화…대학원 누가 올까

과거 지식인들이 ‘자발적 하방(下放)’을 했다면, 지금은 ‘구조적 하방’을 당하고 있다. 86세대의 학출 대학생은 자발적으로 내려가 민중과 함께했다면, 현재 지식인은 구조적으로 내려가 민중보다 못 살게 됐다. 지식인과 대중의 이분법이 대학 체제 변화와 물적 조건에 의해 없어졌다. 

어떤 지식인(주로 정년 교수)은 그의 비판 내용과 불일치하는 계급적 지위로 냉소를 받는다. 그러나 어떤 지식인은 낮아진 사회적 지위로 인해 비가시화된다. 그리고 모든 교수·연구자·지식인의 삶의 공통분모는 논문기계 또는 대학관료제의 톱니바퀴로서의 삶이다. 대학 고용구조 상에서는 정년계열 교수 대 비정년계열교수, 강사, 각종 연구교수와 연구원의 대비라는 양극화된 상태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지식인의 프롤레타리아화를 알게 된 학부생들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하방 당한 지식인이라는 관점에서 지식인론을 재구성해야 할 것 같다. 

박치현 대구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정리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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