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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강정구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인가
교수논평:강정구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인가
  • 노기호 군산대
  • 승인 2006.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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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호 (군산대학교 법학과 교수) ©
다시 한번 국가보안법의 위력을 상기시키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얼마 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동국대학교의 강정구 교수에 대해, 지난 5월 1일 검찰은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의 구형을 내렸다. 검찰은 이번 공판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적시된 글들을 언론매체에 게재해 이념논쟁을 일으켰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만큼 죄가 중하여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구형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이러한 구형이유와 그 법적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 제7조는 법리적 타당성과 합헌성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행 국가보안법에 의해 가장 많은 침해를 받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은 표현의 자유이며, 특히 제7조에 의한 침해가 가장 심각하다. 동조는 제1항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 제5항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수입, 복사, 소지, 운반, 반포, 판매 또는 취득한 자” 를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보안법 제7조는 우리 헌법에서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제19조), 언론출판의 자유(제21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제22조)와 충동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 물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이러한 기본권 인권도 특정한 경우에는 헌법상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제37조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 할 수 없다”고 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침해를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면 이는 위헌의 법률조항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제7조에 대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분단과 대치상황이라는 정치적?현실적 근거를 들어 동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한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즉, 1990년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동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먼저,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막연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7조의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다의적”이기 때문에 “법운영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도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자의적 법집행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군사적 필요성을 들어 위헌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줄 해석기준을 제시하여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처벌을 축소제한”하여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견해와는 달리 우리 대법원은 사뭇 보수적이고 편협적인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보다는 국가안보에 우월성을 두고 있으며, 나아가 표현을 자유가 보장되는 상황을 예외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위에서 제시한 해석기준인 “실질적 해악”이나 “명백한 위험성”을 유죄입증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헌법상 보장되는 학문의 자유의 보장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여 진리탐구를 순수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견해는, 대개의 경우 그 표현내용이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거나 상통한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에 위반된다고 판결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제7조는 위헌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동조항은 구성요건이 너무 애매하여 명확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형법상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며, 또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표현행위가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헌법상의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clear and present danger)에도 반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위헌조항에 근거하여 검찰이 주장하는 강교수의 구형이유인 “이념논쟁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논문의 게재”가 과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정도의 “실질적이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법리적 어려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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