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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교수업적평가의 개선 및 활용’ - 한국학술단체연합회 세미나
해설 : ‘교수업적평가의 개선 및 활용’ - 한국학술단체연합회 세미나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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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24 17:50:42
아인슈타인이 되살아나 우리나라 대학의 업적평가를 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아마도 정년보장은커녕 임용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재임용에서 탈락할 것이다. 아니면 매년 연봉을 삭감당하다가 결국 스스로 대학을 떠날 것이다. 평생에 걸쳐 그가 쓴 논문은 고작 10여 편(물론 한편 한편이 근대 물리이론을 새롭게 쓴 수작들이다) 하지만 한 해에도 수 편의 논문을 꼬박꼬박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 발표해야 교수직을 유지하며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업적평가의 양적 기준으로 보면 그는 “10년 전 강의노트를 쓰는 실력없는 교수”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사례. 20세기 수학의 최대 발견이라는 페르마의 공식을 풀어낸 앤드루 와일즈에게 우리나라의 교수업적평가제도를 적용한다면 그는 분명 퇴출 대상 1호다. 3백 50년간 수많은 수학자들이 매달려도 풀지 못한 이 공식을 그는 논문 한편 쓰지 않고 7년만에 풀어냈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교수가 7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연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두고 볼 곳이 있겠는가.

하향평준화 불러올 정량평가

뜨거운 여름, 재충전에 들어선 대학과 교수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다. 바로 업적평가이다. 자체발전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업적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국립대도, 어떻게든 연내로 제도를 만들어 대세에 따라야 하는 사립대도, 올 여름 방학숙제는 업적평가제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면 올 하반기에는 성긴 안일지라도 만들어 예행연습을 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한 학술세미나 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3백여명의 대학관계자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대부분 업적평가제도 마련에 관여하고 있는 실무자들이었다. 지난 6일 학술단체연합회(회장 김신복 서울대 교수)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한국국제협력단에서 개최한 ‘교수업적평가의 개선 및 활용’ 세미나가 그것이다.

관심을 모은 이날 세미나에서 다룬 주제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학문분야별로 교수업적평가 기준과 방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였고, 다른 하나는 업적평가 결과를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가 였다.

이현청 대교협 사무총장이 기조발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각 대학의 업적평가는 세 가지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째는 정해진 틀에 의해 교수들의 업적을 평가하고 이를 인사관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포항공대, 연세대, 계명대 등 18개 대학이 현재 시행중이고, 1백12개 대학이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업적평가를 실시하긴 하지만 인사자료로까지는 활용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울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방식을 취하고 있는 대학들은 인센티브 제도만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 번째는 학생의 강의평가만 시행하는 방식이다.

토론 주제가 크게 둘로 나뉘긴 했지만 세미나의 요지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업적평가방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모아졌다. 학문분야별 교수들의 발제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보단 업적평가가 흔히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특히 교수들이 우려한 것은 계량적·표준화된 획일적 평가방식. 최희섭 전주대 교수는 “강의시간의 양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교양과 전공 학문간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강의의 외적 요소만 중시하는 강좌평가는 지식의 전달만을 강조하고, 논문의 편수와 발표된 학술지를 저명도만을 척도로 삼는 연구 평가는 개별 학문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다”며 정량 평가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가 제안하는 업적평가의 개선방향은 각 교수들의 장점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

엄정인 고려대 교수의 발표에서 주목된 내용은 연구중심대학이라 해서 연구업적만 중시해선 안되고, 교육중심대학이라고 해서 교육능력만 높이 사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부분이었다. 엄 교수는 “미국의 연구중심대학도 강의와 교육능력을 정년보장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고, 교육중심대학도 연구업적을 결코 소홀히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균형적인 평가를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의 강의평가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동료교수들의 평가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용승 이화여대 교수의 경우 “교수가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교육과 연구의 비중을 정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학문 다양성·대학 자율성 인정이 우선

발표내용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교수들의 주장은 하나로 집약된다. 각 학문분야별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럴때만 이 제도가 교수의 신분을 위협하고 학문구조를 왜곡하는 원인이기보다는 연구와 교육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이 감안되지 않은 업적평가는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사회를 맡은 이명현 서울대 교수는 “왜곡된 업적평가 방식은 아인슈타인은 다 내쫓고, 부지런한 개미만 만드는 하향평준화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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