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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사회적 책임이다”…‘정량·정성’ 혼합형 교수평가 도입하자
“연구윤리, 사회적 책임이다”…‘정량·정성’ 혼합형 교수평가 도입하자
  • 김재호
  • 승인 2022.11.2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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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연구윤리 포럼

전 세계 상위 50개 대학, 모두 질적 평가도 포함
학장·학과장 면담으로 교수자의 자질과 능력 향상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구윤리 수준과 교육 현황에 대한 결론’에서 “거의 모든 연구자가 스스로의 연구윤리 준수 수준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95.2%)”라며 “대다수가 연구부정을 행하지 않을 자신이 있거나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90.6%)”라고 밝혔다. 

특히 황 교수는 “실제로 연구 열의도가 높은 연구자들이 연구부정 문제에 대한 판단에서 대체로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는 연구자들이 연구 열의도를 높임으로써 스스로의 연구윤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연구자들의 열의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학계와 기관의 인식 증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황 교수는 연구윤리 교육과 함께 “진실한 연구로 내 연구의 지속성과 가치가 확보된다는 인식, 진실을 추구하고 윤리를 실천하는 교수와 선배의 귀감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교수가 직접 보여주는 게 가장 적절하다

윤철희 서울대 교수(농업생명과학대학)는 「국내 학술지의 경험에서 보는 출판윤리 인식 실태」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출판생태계의 주체는 저자, 편집인, 동료심사자, 출판사이며, 핵심가치는 진실성, 신뢰, 투명성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출판윤리의 주체와 책임에 대해서 다음을 강조했다. △연구자 저자: 연구노트작성 및 데이터 보관, 인용, 투고 규정 준수, 저자 권한 이해, 연구노트 작성 충실, 이해상충 표명 △동료 심사자: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성실하고 책임있는 심사, 심사 관련 비밀 엄수, 심사 기간 엄수, 이해상충 표명 △학술지(편집인): 공정한 동료심사자 배정,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지위나 권한의 남용 배제, 공평한 출판윤리 적용, 가이드라인 활용. 

특히 윤 교수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본인이 수행할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를 생각하는 우리들과 대학을 포함한 기관의 문화와 더불어 선임자, 멘토, 지도교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그는 “연구의 자유를 바라는 만큼 연구자의 책임이 자정 작용을 해서 우리의 연구출판 문화가 선순환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술지 정책에 대해 윤 교수는 “학술지 구성원들 특히 편집인과 편집장의 자구노력이 필요하고 이와 더불어 이를 장려하는 정부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어쩌면 우리가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윤 교수는 학생이나 연구원들을 올바른 연구자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 교수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늘 따뜻함과 동시에 냉정함을 가지고 왜곡되지 않으면서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부적절한 생각, 말,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윤리의식을 갖도록 만들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양적 평가 부담이 부실의심 학술활동으로

노영희 건국대 교수(문헌정보학과)는 「학술활동 건전성 제고를 위한 업적평가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노 교수는 연구윤리 위반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 “대학 교원들의 36.9%가 연구자 간 치열한 경쟁과 양적 위주의 업적평가시스템으로 인한 성과 지상주의라고 인식”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학문·연구 분야별 특성에 기반하지 않은 평가와 정량 평가 중심의 연구업적 평가도 비판했다. 

노 교수는 세계 대학평가 순위에서 상위에 오른 50개 대학을 선정해 분석했다. 미국 하버드대부터 서울대, 홍콩중문대 등 50개 대학이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조사된 모든 대학은 업적평가 시 출판물에 대한 양적 접근을 모두 활용함과 동시에, 모든 대학이 질적인 요소를 심사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 문서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의 이력서, 외부 추천서, 내부 추천서, 강의에 대한 양적·질적 평가 문서, 학교 보직에 대한 봉사, 상담이나 수상, 연구비 수주 등의 자료, 학과장이나 학장의 폭넓은 평가서 등이 있다. 

특히 대부분 학문, 교육, 봉사 영역으로 업적을 평가하며, 몇몇 대학은 산학협력에 대한 평가 요소도 가지고 있다. 특히 연구분야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의 기준표로 작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교별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대의 질적 평가 요소는 학문과 교육이 중점 심사 기준이다. 물론 업적평가는 학문, 교육, 봉사, 임상적인 업적 등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질적 평가 기준은 △학술 활동 및 생산성, 영향력, 혁신 및 창의성 △현장에서의 인지도 △연구팀의 일원으로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해당되는 경우) △동료, 직원, 학생과 효과적인 의사소통 △제도적 준수 및 윤리 등이다.

존스홉킨스대의 질적 평가 요소는 탁월한 평판을 가진 국가·세계 최고의 전문가이다. 질적 평가 기준은 최소 6년 간 뛰어난 강의 평가 기록의 보유다. 전문적 혹은 학문적 교육, 교육학에 대한 혁신, 영향력이 있는 기여 등 소속 기관 외부에서 학문적 리더십과 혁신을 입증해야 한다. 

이 외에도 해외 주요 대학은 다양한 업적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는 학과장과의 면담이 승진 과정의 여부와 관계 없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과장이나 학장의 면담을 통해 교수자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평가를 받도록 권고된다. 면담은 개별 교수자가 어떤 방향성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동료 멘토링으로 볼 수 있으며, 교원이 최고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노력이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대학의 기대(Imperial Expectations)’라는 서류를 두어 교원들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의 기대는 △변화와 기회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옹호 △포용적 참여 장려 및 차별 철폐 △팀내/팀간 정기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기대를 고려 △긍정적인 결과 제공 △기술과 전문성 개발 및 성장 △계획/관리되는 업무 등이다. 

노 교수는 인터뷰에서 “학술활동 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교수업적 개선방향, 부실의심 학술활동 근절방안, 주체별 학술활동 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안과 구체적인 전략까지 제고하고 있다”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량평가 중심의 연구업적 평가방식에서 질적평가를 겸한 혼합형 교수업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양적 평가의 부담으로 부실의심 학술활동을 악용할 수 있으므로 예방을 위한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라며 “약탈적 학술지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 교수는 “올바른 연구문화 정착이나 건전한 학술출판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업적평가 방식, 특정 정성평가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정성평가 방식의 도입에 모든 연구자가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의 다면 평가 방식은 우리나라 연구역량을 증폭시켜 줄 것이고, 우리나라 학문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물윤리와 실험실 생물안전도 새로운 이슈

양정모 한국연구재단 윤리정책팀장은 「연구윤리 새로운 과제-연구윤리 활동 지원사업을 중심으로」을 발표했다. 양 팀장은 연구 부정행위의 9가지 함정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유혹 △합리화 △야망 △그룹과 권위의 압박 △자격부여: “나는 진짜 열심히 했고, 이 연구를 잘 알고 있으니까 무조건 출판해야 해” △속임수 △점진주의: “이건 그냥 빼먹은 하나의 데이터에 불과해. 진짜 단 하나의 데이터” △당황 △어리석은 시스템. 

특히 연구윤리 관련 새로운 이슈로 책임 있는 연구 수행, 건전한 연구실 문화조성(멘토와 멘토링), 연구 재현성, 이해충돌, 특허/지식재산권, 인간 대상 연구와 인체유해물 연구의 윤리, 동물 대상 연구윤리, 실험실 생물안전을 지적했다. 양 팀장은 “이제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연구윤리를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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