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3:05 (금)
“모두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모두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 최승우
  • 승인 2022.12.13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㉙ 안동일 연세대 교수(보건대학원)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 19일 안동일 연세대 교수(보건대학원)가 「보건의료 기술과 국제 보건」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0강은 김환석 국민대 명예교수(사회학과)의 「생명정치, 자유와 연대」, 제31강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의 「에너지와 지구의 미래」, 제32강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과)의 「한국에서 자유의 개념과 자유주의」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팬데믹 초기부터 이야기돼 왔던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엔데믹으로의 긴 여정을 떠나는 우리 모두가 품고 가야 할 자유를 향한 나침반이다.“

이번 팬데믹은 보건의료적 영역은 물론 봉쇄 및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사회 경제적 피해가 상당히 심각했다. 제한된 지면으로 인해 보건의료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팬데믹의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2년 9월 현재 세계보건기구에 집계된 공식 사망자 수는 약 650만 명이다. 북미, 유럽, 남미, 러시아 등에서 백신 접종 전까지 상당히 많은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백신 접종 이후에는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치명률이 높은 델타 변이가 나타나면서 다시 사망자는 증가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경우,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을 제외하면, 2020∼2021년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백신이나 자연 감염에 의해 형성된 면역력을 회피하면서 돌파감염을 잘 일으키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중반까지 전 세계 인구의 약 반 이상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팬데믹 대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여러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그 대응과 예방에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중국이 인구 1천100만 명의 우한시를 완전 봉쇄하고, 주민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초강경 정책을 채택했고, 얼마 안 있어 ‘봉쇄의 세계화’로 비화해갔다는 점이다.

봉쇄에 따르는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를 비판하던 유럽 및 북미도 바이러스의 확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결국 전국 봉쇄란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어 아프리카, 아시아는 물론 남미까지 봉쇄 및 이동의 제한, 휴교, 공적 모임 금지 등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시행했다. 전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봉쇄되면서 경제사회적 피해는 극대화됐고, 인권 문제가 대두되는 등 역사상 유례없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안동일 연세대 교수(보건대학원)는 “다음번 팬데믹은 ‘과연 올 것이냐 안 올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언제 오느냐’의 문제”라며 “신종 감염병 등 소위 신안보 시대에 글로벌 연대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다음번 팬데믹은 ‘과연 올 것이냐 안 올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언제 오느냐’의 문제라고 대부분의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음 팬데믹이 덜 고통스럽고, 덜 파괴적이 되기 위해 이번 팬데믹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이번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이행해가는 길고 긴 여정을 글로벌 커뮤니티는 어떻게 준비해 가야 할 것인가? 우선 이번 팬데믹이 주는 세 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음 번 팬데믹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백신, 치료제 등의 효과적인 생의학적 도구들을 단기간에 개발 확보해야 한다. 백신 개발은 통상 수년 이상 소요된다. 만약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1∼2년 늦었다면 팬데믹에 의한 사망자는 현재까지의 사망자의 두세 배를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다.

또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계속 전국 봉쇄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 봉쇄에 따르는 사회 경제적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했을 것이며(특히 청소년들의 교육 문제 포함), 자유와 인권의 피해 및 퇴행 역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또한 연구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점은 이러한 의학적 도구들을 글로벌 공공재로 인식하고 국제사회가 연대해 누구나 필요에 따라 공공재인 백신이나 치료제 등에 대한 형평성 있는 접근과 확보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둘째, 전국 봉쇄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옵션이지, 앞다퉈 도입해야 할 공중 보건학적 정책은 아닐 수 있다. 팬데믹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 혹은 팬데믹 전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 옵션은 TTI(Testing, tracing & isolation)다.

중국은 우한 봉쇄 직후부터 TTI 준비를 철저히 해 봉쇄 이후에는 TTI를 실행하면서 두 번째 봉쇄 없이 백신 시대로 연착륙할 수 있었다. 한국은 메르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TTI를 효과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봉쇄 없이 코로나19 상황을 잘 컨트롤함으로써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봉쇄의 세계화가 다음 팬데믹 때도 반복되어선 안 된다. 자유친화적인 TTI의 확산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한국 등 동아시아의 경험은 매우 귀하며, 좀 더 체계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 세계가 협력, 공조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를 회복하고, 구축해야 한다. 전통적인 국가 안보는 강대국 중심의 힘에 따른 통제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기 쉬운 데 반해 감염병의 예방과 대응을 다루는 보건 안보는 다자적 협력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선을 통한 글로벌 연대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보건 안보 어젠다의 부상은 민주주의에 기반한 개방과 투명성, 성숙한 시민 의식 등을 기반으로 방역의 성공 모델을 보인 중견국 한국이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국제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모멘텀인 셈이다. 기후 변화, 전쟁으로 인해 급증하는 난민, 신종 감염병 등 소위 신안보 시대에 글로벌 연대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복합적 신안보 위기 상황을 한국은 어떻게 극복하고, 국제 사회에 기여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백신 확보와 접종에 대한 거부감 여부, 감염·재감염의 정도, 각 국가의 보건의료 시스템의 역량,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거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에 따라 엔데믹으로의 이행 과정은 국가마다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 확보 및 개발을 위한 글로벌 연대와 상호 협력, 엔데믹 관련된 정책 공유 및 정보교환, 국제 개발 협력의 강화 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팬데믹 초기부터 이야기돼 왔던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엔데믹으로의 긴 여정을 떠나는 우리 모두가 품고 가야 할 자유를 향한 나침반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