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0:20 (금)
초점 : 서울대 총장선거 초읽기 들어가
초점 : 서울대 총장선거 초읽기 들어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5.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전보다는 조용 … 두루뭉술한 공약

직선제니 간선제니 말이 많았던 서울대 총장선거가 10일 최종투표를 앞두고 조용한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한이 강하고 엄격해서 성낙인(56세, 법대학장), 안경환(58세, 前 법대학장), 오연천(55세, 행정대학원), 이장무(61세, 前 공대학장), 조동성(57세, 前 경영대학장) 교수 등 후보들도 보행이 조심스럽고, 일주일 전에야 후보 공식홈페이지에 공약사항들이 올라오는 등 예년보다 일정에 쫓겨 진행되는 감도 없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이번 선거진행 과정을 두고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행정학과의 한 교수는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에 비해 후보들을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공약사항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은 인품이나 평소의 언행 같은 것인데 서울대가 워낙 크고 단과대학 별로 돌아가다보니까 다른 단과대학 후보들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의 공통점이라 하면 내년부터 줄어들 기성회비에 따라 재원부족분을 펀드레이징을 통해서 메우겠다는 것을 후보마다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학의 자율성,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확보, 대정부 관계에서의 자주성에서도 톤의 높낮이는 있지만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차별화되는 곳은 성낙인 교수가 “법인화 신중론”에 방점을 찍고, 안경환 교수가 “에코캠퍼스 내지는 살만한 공간창출”을 강조하고, 조동성 교수가 “연구와 교육여건 대폭 향상”을 내세운다는 정도다. 오연천 교수는 “교수1인당 기초연구비 2천만원, 안식년연구비 3천만원” 등 귀가 얇아지는 곳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었다.

정치학과의 한 교수는 “한 후보의 경우 재원조달방안이 단계별 표로 제출되고, 이런 부분을 볼 때 상당한 추정을 거쳤겠구나 하는 신뢰감이 든다”라고 운을 뗀다. 예전에 비해 실천 가능한 공약임을 설득하기 위해 후보들이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한 교수는 다섯 후보들의 공약이 “교수들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지적한다. 현재 서울대가 처한 여러 측면을 고려해 “소신 있게 공약을 제시했다기보다 다목적적인 관계를 고려해서 두루뭉술하게 공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요즘 총장의 가장 큰 역할이 밖으로 뛰면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교수들은 서울대의 특수성을 무시 못한다고 말한다. 경영자형 총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학문적 대표성이란 것도 큰 선택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결국 실용주의가 선거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자리잡아 나가겠지만, 아직까지는 “학문의 대표자로서의 상징성”이 퇴역을 앞둔 장군처럼 버티고 서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자들을 볼 때 두드러진 점은 단과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약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어떤 후보가 우리 단과대학에 보탬이 될까라는 계산에 따라 표심이 많이 이동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와 반면 서울대 총장선거의 주요변수로 작용해왔던 ‘출신 고교’ 요인은 이번 선거에서는 크게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후보 5명 중 4명이 경기고 출신인지라 가장 큰 경기고 텃밭이 분할 배분될 것이라는 현실적 요인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책을 보고 판단하려는 자세, 인품이나 언행일치 등의 지도자적 덕목에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이 몇몇 교수들의 의견이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