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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없는 의사소통, 인재들은 떠난다
경청없는 의사소통, 인재들은 떠난다
  • 박지성
  • 승인 2022.11.24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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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㊱_한비자
법가사상의 대표 주창자인 한비자는 경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위대한 사상가가 제시한 방대한 철학을 명쾌하게 한두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대중들에게 한편으로는 명징한 이해도를 제고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정형화된 상으로의 고착화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중국 전국시대 말 법가사상의 대표 주창자인 한비자(BC 280?∼BC 233)를 들 수 있다. 

춘추시대가 끝나고 양육강식이 본격화된 전국시대에서는 전국칠웅(연나라, 조나라, 제나라, 위나라, 한나라, 초나라, 진나라)들이 앞다퉈 중앙집권 국가를 건설했으며, 군웅할거 시대의 난세 극복을 위해 제자백가의 수많은 사상들이 대두하게 된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한나라의 공자로 법치주의를 주창한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 법가사상의 3대 요소였던 법·세·술을 집대성한 법치주의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제왕학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법치주의 강조와 무차별적 적용으로 인해 비인간적이고 무자비한 사상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반된 평가를 잠시 차치하고, 그가 저술한 『한비자』 제8편 양권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게도 오늘날 요구되는 수평적 리더십과 코칭 리더십, 진성리더십 등이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군주의 경청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법치라는 제도와 원칙만을 강조했다는 한비자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한비자는 군주를 상, 중, 하 3등급으로 평가하면서 상급의 군주일수록 여러 사람의 지혜를 다하도록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사람의 지혜를 이끌어내게 하는 기본 자세가 바로 상대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경청’이다. 경청은 상대방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도록 적절한 상황만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청은 결국 상대방의 지혜를 군주 자신이 온전히 알 수 있게 하는 통로이자, 부하 스스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헌신을 높이는 동기부여 기제인 동시에, 정책을 제안한 사람에게 결과를 귀속시킴으로써 책임의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는 곧 리더십 대가인 스티븐 코비가 제시한 경청의 최고 수준인 ‘공감적 경청’과도 상통된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귀 기울여 듣는 데에서 더 나아가 말하는 사람의 본심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위해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적극적 경청을 위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거나, 자신의 기준에 의해 추궁하듯 질문하거나, 자신의 경험에만 근거해 해석하고 충고하려고 하는 등의 행위와 선입견은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극적 경청을 방해하는 이 네 가지 요인들을 타인과의 대화에서 자주 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적극적 경청의 부재는 조직 현장에서 그 여파가 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조직 내에서 수평적 조직구조와 의사소통 방식이 강조되고, 불합리와 불공정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밝히는 MZ세대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 하에서도 경영진 또는 리더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고, 기존의 하향식 의사소통을 지속한다면 해당 조직에 대한 인재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조직 내 불통의 지속은 불만족한 인재들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솔선수범해내지 않는다고, 조직의 혁신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고 한탄하기에 앞서 본인 스스로가 구성원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감하면서 경청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더십의 시작은 존중에 기반한 경청임을 다시금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박지성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에서 경영학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사컨설팅회사에서 선임컨설턴트를,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 방문연구원을 역임했다. 인적자원관리와 관련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출간했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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