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實事求是
實事求是
  • 김광호 건국대
  • 승인 2006.05.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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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좌측부터 주덕혜(석사 졸), 박효진(석사 졸), 김상현(석사 졸), 조용현(박사 졸), 김광호 교수, 정영평(박사 졸), 이영미(석사 졸), 전승기(석사 졸) ©
김광호 / 건국대 · 식물육종학 

 

나의 전공인 식물육종학은 재배식물의 유전적 능력을 바꾸어 실용가치가 높은 신품종 육성에 필요한 이론을 세우는 학문이다. 육종의 대상이 되는 재배식물의 특성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키울 수 없으면 육종은 공염불이 된다.

재배식물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식물을 정상적으로 기르면서 면밀한 관찰을 해야 하므로 그것을 기르는 동안에는 그것이 자라는 밭이나 온실을 하루도 떠나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일요일에도 실험농장에 나와서 재배식물을 가꾸고 관찰하면서 실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 바람이 일기 시작한 1980년대의 일이다. 꽃가루 배양기술을 육종에 이용하기 위해서 대학원생들에게 조직배양 관련 실험과제를 주었다. 온실에다 재료식물을 기르도록 하고 실험실에 무균실을 만들고 청결한 상태에서 실험에 임할 수 있도록 깨끗한 실험복을 하나씩 새로 사 주었다. 새로운 기법을 익히는 일이기 때문에 내 연구실 학생들은 신명이 난 듯 열심이었다.

 

그러나 꽃가루 배양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어서 이를 통하여 간단한 실험결과를 얻는데 1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무균실과 배양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밤을 몇 백일을 지새워도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는 것도 아닌데, 내 연구실 학생들은 새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실을 드나드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았다.

육종학 전공 교수의 입장에서 “이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2년이 지나 2명의 학생에게 조직배양 관련 석사학위 논문을 쓰게 한 다음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육종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깨끗한 가운을 즐겨 입고 실험실만 맴도는 것을 금지하고, 실험실에서 얻은 데이터로만 석사나 박사 학위논문을 쓰지 못하도록 하였다. 한 여름철에 논에 들어가 벼의 특성을 조사하거나 35℃가 넘는 온실에 들어가 인공교배하는 것을 먼저 배우도록 하였다.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포장과 온실에서 자란 육종재료들로부터 채취한 수확물이나 DNA를 이용하여 이듬 해 초여름까지는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분석이나 검정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실험실에서의 분석결과가 실제 육종포장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터득토록 하였다. 육종의 대상이 되는 식물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하고 육종과정을 거쳐 선발된 신품종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확신토록 하였다.

식물육종학자로서 1970년 노벨상을 수상한 노만 보로그 박사는 노벨상 수상소식을 그의 밀 육종포장에서 들었다. 그의 부인이 실험농장에 찾아와 “당신이 노벨상을 받게 되었어요!”라고 외쳤지만,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잘 못 들은 것 아니야? 난 여기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당신은 집에 가 있어요!”라고 말하고 다시 그의 육종재료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진정한 육종가의 관심은 육종포장에서 자라고 있는 그의 육종재료에 있으며, 이것이 그를 세계적인 식물육종학자로 만든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정확한 해답을 얻으려는 태도”를 實事求是라 한다. 응용과학인 식물육종학은 실사구시의 자세로 연구해야 이용가치가 높은 신품종을 육성할 수 있으며, 육종포장에서 육종재료를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얻어진 연구 아이디어가 더 실용적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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