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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 더덕 등 자생식물서 천연 항바이러스 물질 발견
벌개미취, 더덕 등 자생식물서 천연 항바이러스 물질 발견
  • 최승우
  • 승인 2022.11.11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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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경로 차단하는 사포닌 작동 원리 규명
- 감염 억제 효과 2배 높인 인공화합물 합성도 성공,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기대

우리 자생식물인 벌개미취(Aster koraiensis Nakai, 고려쑥부쟁이)와 더덕(Codonopsis lanceolata Trautv)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 소장(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단장) 연구팀은 벌개미취에 함유된 ‘아스터사포닌 I(Astersaponin I)’과 더덕에 함유된 ‘란세마사이드 A(Lancemaside A)’사포닌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입 경로인 세포막 융합을 막아 감염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벌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식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반도 고유식물이다. 더덕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덩굴식물로서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라고 있으며, 도라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산채류이다. 

연구진은 생물안전 2등급 연구시설에서 실험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면에 발현한 슈도바이러스(psuedovirus) 스스로 복제할 수 없도록 해 병원성을 제거한 유사바이러스로, 연구를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바이러스 외피막에 발현하도록 해 세포진입 단계만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했다.

인간 폐세포를 이용하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모델을 만들고, 아스터사포닌 I과 란세마사이드 A를 처리해 바이러스 세포 침임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두 사포닌 모두 약물의 생물학적 기능 억제 효능을 나타내는 IC50값 특정 생물학적 또는 생화학적 기능을 50% 억제하는데 필요한 약물의 농도(반수 최대 억제 농도, half maximal inhibitory concentration)이 2μM(마이크로몰) 수준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세포 진입 경로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살아있는 감염성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확인했으며, 초기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오미크론 등 변이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거의 동일한 효율로 감염을 억제했다. 

아스터사포닌 I과 란세마사이드 A는 중앙골격구조가 세포막의 주요구성물질인 콜레스테롤과 매우 유사하고 한쪽에 길게 당이 붙어 있는 구조다. 세포막이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이들 사포닌의 중앙부를 세포막 안으로 받아들이고 한쪽에 길게 붙어있는 당 부위가 세포막 밖으로 돌출되면, 이 돌출된 부분이 코로나바이러스 외피막과의 막융합을 가로막는 것이다.

오미크론 등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때문에 세포수용체 ACE2와의 결합력이 높아져 세포감염이 잘된다. 그러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력이 강해져도 결합 이후 막 융합 과정이 막히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세포 내로 들어올 수 없다. 즉, 막 융합 저해물질은 바이러스와 세포수용체의 결합력에 상관없이 바이러스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Antiviral Research) 지난달 온라인판 및 항균제 및 화학요법(Antimicrobial Agents and Chemotherapy) 이번달 온라인판에 각각 게재됐다. 해당 연구에는 장대식 경희대 교수(약학대) 및 김승택 한국 파스퇴르 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앞서 김승택 한국 파스퇴르 연구소 박사 연구팀과 도라지 사포닌인 ‘플라티코딘 D(Platycodin D)’의 항 코로나 활성을 규명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스터사포닌 I, 란세마사이드 A 및 플라티코딘 D 모두‘트라이터페노이드 사포닌(Triterpenoid saponin)’에 속하며, 한쪽에 길게 당이 붙어 있는 비슷한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및 오미크론을 포함한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벌개미취 아스터사포닌 I의 감염저해효과.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트라이터페노이드 사포닌에 붙어 있는 당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억제 활성에 중요하다는 결과에 착안, 한순규 카이스트 교수(화학과) 연구팀과 함께 당의 길이와 종류를 달리하는 10여종의 서로 다른 사포닌을 합성했다.

그 결과 자연에서 발견한 트라이터페노이드 사포닌인 플라티코딘 D보다 활성이 2배 높은 신규물질 합성에 성공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생유기화학(Bioorganic Chemistry) 저번달 호에 게재됐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소장은 “벌개미취, 더덕, 도라지에 포함된 트라이터페노이드 사포닌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 및 생약의 주요성분으로, 섭취 시 상기도의 상피세포에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어 무증상환자나 초기 환자에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직 세포실험 단계의 연구결과이지만 동물실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임상실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대식 경희대 교수(생약학·천연물화학)는 “중국의 경우,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공로로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이후 정부차원에서 중의약 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 발표가 국내 자생 혹은 재배 식물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연구 분야의 활성화에 기여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김태영 기초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천연물 유래 약재는 쉽게 구할 수 있고 오랫동안 사용돼 안정성이 입증된 장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페니실린, 아스피린,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인 아르테미시닌 등이 천연물질에서 유래됐다”라며, “막융합 저해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외피막 바이러스의 감염을 범용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므로,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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