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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2) 인왕제색도: 中·日 산수화와의 비교
한국의 美 (2) 인왕제색도: 中·日 산수화와의 비교
  • 홍선표 이화여대
  • 승인 2006.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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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묘사 vs. 사생풍 산수

문인화가들에 의해 주도된 16~18세기의 동아시아 진경산수화는 산천을 탐승하고 주유하는 유람풍조와 雅會풍조를 배경으로 성행했으며, 소주 중심으로 활동한 명대 오파의 紀遊圖와 원림도에서 확산된 것이다. 그리고 명말 동기창이 제창한 ‘고전을 배우고 자연을 배우라’는 화론에 따라 진경을 그리는 화습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명말청초의 명산 및 명승도와 원림도 판화집으로 출판돼 조선과 일본 등지로 널리 보급됐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남종문인파의 필묵법으로 승경의 객관적 지형성을 특색에 맞게 재현해 와유물로 삼았던 오파 이후의 명청대 진경산수화풍을 재창출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안휘파 문인화가 소운종이 고향인 태평부의 全圖를 비롯해 이백과 황정견, 미불 등 명사들과도 관련있는 명승명소처 42곳을 그리고, 각공이 판각해 1648년 출간한 ‘태평산수도’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소운종 작, 吳波亭圖, 판화 부분, 1648. ©

두 작품 모두 작가자신의 세거지 경관을 그린 것이지만, ‘태평산수도’가 외지로 떠나는 관리의 와유를 위한 주문화이고, ‘인왕제색도’는 자존적 명문의식에 의한 자오자족의 소산이란 점에서 다르다. ‘인왕제색도’와 구도상으로 ‘신산도’, ‘북원도’ 등이 비슷하고, 짙은 먹을 묻힌 붓을 옆으로 뉘어 쓸듯이 암석 표면에 가한 쇄찰법의 묵면은 ‘태평산수전도’와 ‘경산도’, ‘황망산도’ 등과 닮았다. ‘오파정도’는 구도와 검은 색 묵면으로 표면 처리한 것이 ‘인왕제색도’와 공통점이 많으며. 산허리를 감은 띠구름을 동기창의 전례에 따라 여백으로 나타낸 것도 유사하다. 그러나 ‘오파정도’가 묵면의 준찰을 음영으로 사용해 경물의 명암을 나타내는 등, 시각적 이미지 재현을 위한 묘사적 기능에 치중한 데 비해, ‘인왕제색도’에서는 바위 전체를 塗抹해 자연에서의 취세와 존재적 특질의 조형감을 보여준다.

▲시바 코간 작, 후지산도, 종이에 수묵담채, 18세기 후반. ©

일본에서도 진경산수화의 前史는 헤이안시대까지 올라가지만, 富士山을 비롯한 명승과 명소지를 남종문인화풍과 결합해 그리는 풍조는 에도시대부터였다. 진경도나 탐승도, 경관도 등의 화목명으로 지칭되는 에도시대의 진경산수화는 소묘풍의 필치로 대상물의 인상을 간일하게 포착해 나타내는 寫意風과 서양화의 투시원근법을 사용해 시각적 이미지 재현에 충실한 사생풍으로 나뉘어 전개됐다. 문인화가 이케노 다이가는 동기창이 제창한대로 명산·명승지를 두루 유람하면서 경관에서 받은 특색을 南畵的이고 逸格的 인 필묵법을 통해 사의풍 진경산수화를 대성시켰으며, 蘭學者이며 양풍화가인 시바 코간은 사생풍 진경산수화를 통해 일본 근세 풍경화를 정립시킨 바 있다.

‘인왕제색도’와 마찬가지로 실물 산의 거대한 괴량감을 다룬 ‘富士山圖’는 화면 하단에 배치한 전원의 정취와 대조를 이루며 구성했다는 점에서도 서로 공통된다. 그러나 ‘부사산도’는 그리는 사람의 고정된 위치와 시점에 의해 경관을 포착하고, 선원근법과 공기원근법, 명암법과 같은 서양의 과학적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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