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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프롤로그 에필로그
  • 최승우
  • 승인 2022.11.10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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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문 지음 | 문학동네 | 460쪽

등단 이래 삼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누구와도 비견된 적 없는 소설쓰기의 형식으로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자리를 점하고 있는 소설가 정영문의 장편소설 『프롤로그 에필로그』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장편소설로는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을 이루어낸 『어떤 작위의 세계』(문학과지성사, 2011) 이후 11년 만이다.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후 정교한 퇴고 작업을 거쳐 1,500매 분량으로 완성한 『프롤로그 에필로그』는 그의 인장과도 같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만연하게 이어지는 문장의 리듬을 어느 때보다 깊게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소설의 모든 문단은 단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설가 정지돈이 발문에서 “정영문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그의 문장이 기이할 정도로 명료하다는 사실”이라고 짚어주었듯 이는 그의 소설이 얼마나 정확하고 단단한 문장 위에 세워져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뿐만 아니라 무의미를 탐구하는 시선은 한층 가뿐해졌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미국의 시애틀과 텍사스, 캘리포니아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등지를 넘나들며 보고 듣고 생각하고 상상한 것들을 한데 쌓아올린 이 대장정의 시작점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긴말할 것도 없이 이 소설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5쪽)라고. 곧 소설 속에 등장할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틈에서 어떠한 의미도 찾아내지 못하도록 막아서듯.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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