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格에 맞지 않는 디자인 불만”
학술출판의 주요 저자인 교수들은 출판사의 어려움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冊格’에 맞지 않는 자기 책의 디자인을 보면 내심 서운하다. 표지가 상징적으로 내용을 드러내주면 좋을텐데, “성의가 없는 듯”해 저자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황갑연 순천대 교수(철학)는 ‘서광사’에서 저서를 5권 냈다. 하지만 최근에 낸 ‘맹자의 철학’만 봐도 아무런 시선도 끌지 못하는 無色한 디자인이다. 황 교수는 “맹자 인물 넣고, 원전을 배경에 배치한 게 디자인의 전부”라며 최소한의 고민만 담는 출판사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가령 맹자의 사상적 개념을 표지에 넣는 등의 고민을 조금만 했어도 만족했을텐데, 동양철학의 핵심을 디자이너가 간파하지 못해 아쉽다고 한다.
▲철학과현실사에서 펴낸 양해림 교수의 저서들 © |
물론 몇몇 교수나 출판사들은 “내용이 중요하지 디자인이 중요하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내용이 좋으면 표지가 격이 떨어져도 관계없다는 얘긴데, 하지만 이들은 책표지가 독자의 오감을 자극한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이는 화려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책의 정신을 잘 담아낸 표리일체의 디자인을 말한다. 황희경 영산대 교수(철학)는 학술서 표지의 모범 사례로 중국의 ‘진인각의 최후20년’을 든다. 책의 표지는 黑白의 색만 사용해 아주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는데, 알고 보니 진인각은 말년에 눈이 멀어 흑백색만을 구별할 수 있었고,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학문에 정진했다는 것을 책의 표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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