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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선의 에니어그램으로 세상 품기] 무의식적 방어기제, 사실을 거부·왜곡하다
[송영선의 에니어그램으로 세상 품기] 무의식적 방어기제, 사실을 거부·왜곡하다
  • 송영선
  • 승인 2022.11.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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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선의 에니어그램으로 세상 품기_⑤ 에니어그램의 방어기제

송영선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부교수(평생교육)가 에니어그램으로 세상을 품는 이야기를 전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에니어그램을 통해 인간의 마음, 성격, 방어기제, 배우자 궁합, 유형별 주요 인물의 유형과 특징, 소통 방법, 대통령 리더십 유형 등을 시리즈로 만나본다. 다섯 번째는 ‘에니어그램의 방어기제’이다.

지난 4회 차에서는 에니어그램의 날개를 살펴보았다. 내가 위치한 좌우의 유형을 날개(wing)라고 한다. 기본 유형이 1번이라면 1번 유형의 양옆에 있는 9번(왼쪽, 시계 반대 방향)과 2번(오른쪽, 시계 방향) 유형이 날개가 된다. 양쪽 날개 중에서 시계 반대 방향의 유형은 ‘그림자 유형’이라고 하고, 시계 방향의 유형은 ‘동맹 유형’이라고 부른다. 같은 기본 유형이라도 날개 조합에 따라 다른 특성과 성격이 나타난다. 

우리는 살면서 '왜 이 상황에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후회를 하고, 의문이 들고, 고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지 않나? 이러한 상황을 방어기제(defence mechanism)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방어기제는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위이다. 에니어그램 관점에서 보면 9가지 유형의 9가지 회피(분열) 영역을 완화 시켜주는 데 필요한 9가지 방어기제가 존재한다. 

 

심리적 메커니즘인 방어기제

방어기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프로이드는 방어기제를 원초아(id) 충동이 의식에 공개적으로 나타나려는 힘과 그와 대립하는 초자아(superego)의 압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아(ego)를 보호하기 위한 자아(ego)의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자아가 원초아와 초자아의 갈등조절에 실패하면 불안에 빠질 우려가 있으며, 이 경우 자아는 원초아를 방어하게 된다. 방어는 원초아가 명하는 긴박한 충동의 발동을 간섭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억압하여 충동을 위험성이 없는 방향으로 돌리게 한다. 이 방어의 수단이 방어기제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심리를 보호하기 위해 심리적 방어책인 방패 같은 것이다.

 

불안은 자아에 닥친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다. 방어기제는 불안에 대응한다. 사진=픽사베이

불안은 자아에 닥친 위험을 알리는 신호다. 불안은 세 가지 자아 간의 갈등으로 끊임없이 야기된다. 자아는 충동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원초아와 완벽성을 추구하는 초자아와의 갈등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한다. 즉, 불안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프로이트는 모든 행동이 본능에 의해 동기화되는 것처럼 역시 불안을 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방어적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안을 원치 않으며 그것을 벗어나기를 원한다. 따라서 인간은 갈등에서 비롯된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방어기제는 성격발달의 수준이나 불안의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두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 그 첫 번째로 방어기제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왜곡시킨다는 점이며, 두 번째로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방어기제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방어기제는 심리적 쇼크가 올 때마다 그것을 막아주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방어기제가 약하면 자신 혹은 타인을 처벌할 수 있으므로 더 위험하다. 그래서 무턱대고 방어기제는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단단한 방패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방어기제를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니어그램 유형별 방어기제

평소에는 정상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다가도 심리적인 고통(불안)에 처하면 흔히 비정상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성숙한 인격이어도 병리적 혹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할 수 있다. 방어기제는 크게 병리적인 방어기제(부정, 분리), 미성숙한 방어기제(투사, 해리), 신경증적 방어기제(반동형성, 억압), 성숙한 방어기제(승화, 유머)가 있다. 그 밖에도 합리화, 퇴행, 주지화, 동일시 등 다양한 방어기제가 있다. 병리적인 방어기제(pathological defense mechanism)는 충동, 욕구 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미성숙한 방어기제(immature defense mechanism)는 충동, 욕구 등을 비적응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신경증적 방어기제(neurotic defense mechanism)는 내적으로 존재하는 갈등과 충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고 감추는 방법이다. 성숙한 방어기제(mature defense mechanism)는 내적인 충동, 욕구 등을 적응적이며 건설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에니어그램 유형별 방어기제는 다음과 같다. 

 

그림 1. 에니어그램 유형별 방어기제

1유형은 '반동형성'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반동형성은 본인이 어떤 부정적인 감정 또는 불편한 감정을 느꼈는데 그런 마음과 그런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상대로부터 어떠한 불편함을 느꼈는데 오히려 웃으면서 즐거운 모습을 보인다거나, 누군가한테 질투심을 느끼는데, 오히려 반대로 과하게 칭찬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그런 반대의 모습, 반대의 행동, 반대의 말을 하는 것이다.

​2유형은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자신의 욕구를 누름으로 타인의 욕구를 채우고, 스스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의식적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누른다. 예를 들면, 자신은 비를 맞아도 아이에게는 우산을 씌워주거나, 재미없는 강의에서도 강사에게 미소를 지으며 끄덕인다. 

​3유형은 '동일시'라는 방어기제가 사용한다. 자신이 채택하거나 갖고 싶은 이미지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그런 존재가 된 것처럼 느끼고 스스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 한다. 예를 들면, 중요한 인물의 행동과 태도를 따라 하거나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나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4유형은 '투입'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과 대상을 내면으로 끌어들여서 나름대로 생각과 느낌으로 변형시키고 믿는다. 예를 들면, 미워서 헤어진 연인을 내면으로 끌어들여서 환상과 그리움으로 채우고 대상을 왜곡시킨다. 

​5유형은 '고립'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외부와 떨어져 있는 이유는 객관성과 관찰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상황에 휘말리지 않도록 경계를 두고 자신 생각 속으로 숨는다. 

​6유형은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투입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환경과 문제, 태도와 행동을 타인과 외부의 탓으로 돌린다. 예를 들면, 넘어진 아이에게 똑바로 보고 다녀야지 하거나 네가 짜증 나게 해서 실수했잖아! 라고 한다.

7유형은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고통과 어려움을 인식하지 않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거나 오히려 잘되었다며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그 입장과 상황을 정당화한다. 예를 들면, 실수로 작품을 망치더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는 게 있었다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8유형은 '부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자신의 힘이나 능력과 대비되는 약함과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하게 강함을 과시한다. 예를 들면, '나는 괜찮아' '이 정도쯤은' 하며 무거운 짐을 지며 견딘다.

​9유형은 ​'혼수상태'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반응하지 않고 대응하지 않음으로 상황이 해결되기를 기다린다. 평화에 집착하게 되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무감각한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화를 내는 사람 앞에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림 2. 에니어그램 2번 유형의 방어기제

‘그림 2’를 보면 에니어그램 2번 유형인 협력가는 신경증적 방어기제인 억압을 사용하고 있다. 신경증적 방어기제는 내적으로 존재하는 갈등과 충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고 감추는 방법이다. 억압은 충동이나 욕구를 직접 방출하기보다는 마음속에 담아두거나 인내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필요가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마다 2번 유형은 그 욕구가 과잉 흥분된 상태로 폭발하고 그동안 무심하고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향해 다시 올라올 때까지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고 아래로 밀어 내린다. 

우리는 모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보호 기제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부 방어기제는 특정 유형에게 고유하게 잘 맞으며 그 유형은 상습적으로 사용한다. 방어기제 개념을 인지하면서 먼저 자신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 무엇인지부터 체크 해보시고, 방어기제 유형이 무엇인지도 관찰하기를 바란다. 나의 에니어그램 유형과 방어기제는 일치할까? 또한, 평상시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송영선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부교수·평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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