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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걸린 ‘영차설’ 109개 콘텐츠 완성…황용운 한양여대 겸임교수
2년 걸린 ‘영차설’ 109개 콘텐츠 완성…황용운 한양여대 겸임교수
  • 김재호
  • 승인 2022.11.07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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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으로 손쉽게 영어 문법 체계 파악하고 학습
보충교재 역할하는 ‘영차설’, 긴 호흡의 교육콘텐츠

최근 황용운 한양여대 실무영어과 겸임교수(사진)는 ‘영차설(영어 문법 차근차근 설명해보겠습니다)’의 109개 강의를 완성해 공개했다. 황 교수는 지난 2일, 블로그(진심을 전하는 영어 교육 ‘하사전’)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영차설 에필로그: 영어 문법 강의 전체를 공유합니다’ 공지에서 황 교수는 “영차설은 좀 더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손쉽게 영어 문법 체계를 파악하고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를 지난 5일 서면 인터뷰했다. 

 

황 교수는 2년에 걸쳐 109개의 영문법 강의 ‘영차설’을 완성했다. 사진=황용운

‘영차설’은 무엇일까. 황 교수는 “영문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해설하는 유튜브 콘텐츠”라며 “영차설을 실용적이라 표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첫째, 실제 영어 사용에 있어서 불필요하거나,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문법 규칙들, 혹은 심지어는 잘못 사용해도 주된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규칙을 깊이 다루거나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둘째는, 오래전부터 고착되어 큰 변화 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소위 ‘한국식’, ‘내신 시험용’ 영문법 해설 방식을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예를 들어, ‘문장에는 5형식이 있다’, ‘to 부정사는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이 있다’와 같은 고정된 설명 방식을 실제 언어 사용에 조금 더 가깝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 

 

긴 호흡의 교육콘텐츠가 학문적 진전 일으킨다

“교육적 성취를 추구하는 콘텐츠가 긴 호흡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황 교수는 “사실 진정한 학문적 진전을 일으키는 콘텐츠라면, 결코 짧고 간단하게 끝낼 수 없을 것”이라며 “영어뿐 아니라 모든 공부의 본질이 그러할 텐데, 그 분야의 거대한 전체를 파악할 수 있어야만 가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래, 깊게 해야 진짜 공부라는 뜻이다. 109개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업로드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영차설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교육콘텐츠이기에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끌어내는 숏 콘텐츠에 비해 인기와 대중성을 갖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황 교수는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어려움을 이겨내고 2년에 걸친 109개 영문법 강연 콘텐츠를 완성해낼 수 있었다. 

황 교수는 “교육자와 학습자 사이에서 교육 매체로서 유튜브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교육자는 유튜브 안에서 실질적으로 교육에 도움이 되는 긴 호흡의 콘텐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습자는 유튜브 안에서 모든 걸 다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황 교수는 “유튜브에 직접 완결성 있는 긴 호흡의 교육 콘텐츠를 책임감 있게 제작하여 올리거나, 단편적으로 널려 있는 교육 콘텐츠의 가치 유무를 미리 판단하고, 조합하고 편집하여 학습자에게 제시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정의로운 지식 에디터’와 같은 역할을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영차설 강의의 문법지도. 이미지=황용운

그렇다면 영차설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나름대로 잘 아는 지식이나 할 수 있는 일을 사람들과 나누는 게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또 제 삶도 의미 있게 만드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배우고 싶으나 영문법의 문턱이 너무나 높게 느껴진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영차설을 통해 영문법을 알고 나니 영어에 자신감이 생기고, 영어를 만만하게 여기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이런 경험을 통해 더 자신 있게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황 교수는 게시글에서 “영어를 못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고 한이 되는 지금의 기이한 사회적 분위기를 풀어내는 데 일조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적었다. 한국사회에서 영어가 갖는 위상과 문제점은 무엇일까. “영어의 위상이 너무 높은 것 같다.” 황 교수는 “영어도 그저 사람이 쓰는 일개 도구일 뿐인데, 마치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좋다.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의 약 60% 이상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다른 주류 언어들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인 수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빠짐없이 영어를 배워야 하는 건 아니다. 영어를 모른다고 부끄러워야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특히 황 교수는 “우리는 아마 초중등 교육을 받으면서 음악이라는 과목을 한 10년 정도 배웠을 것”이라며 “그런데 누구도 ‘넌 10년간 음악을 배웠으면서, 작곡 한 소절 못하니?’ 하고 창피를 주지 않는다”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영어만큼은 다른다. 영어를 정복하지 못한 책임이 온전히 학습자에게 전가된다. 황 교수는 “그런 기이한 분위기가 오늘의 문제라면 문제”라고 비판했다. 

 

웹사이트 콘텐츠의 언어 비율 통계 자료. 영어가 61%로 다른 언어 모두를 압도한다. 참고로 한국어는 0.6%에 불과하다.
(출처: www.w3techs.com 2022.10.13 검색 결과)

 

자기 내면의 지평 넓히는 영어 학습

요샌 네이버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 기능이 좋다. 인공지능 시대에 여전히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황 교수는 “간단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영어를 배울 필요는 없어질 것”이라며 “다만, 영어를 배움으로써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측면이 부각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영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황 교수는 “내가 영어를 배워서 내 입으로 상대방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면, 내 영어가 아직은 좀 서툴고 부족해도 통역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기계음 보다는 훨씬 더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어는 자기 내면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영어가 도움을 줄 수 있다. 황 교수는 “인터넷에 있는 정보의 60% 이상은 영어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를 배운다면 그 넓은 세계를 직접 탐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다른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수용성도 함께 커진다”라고 답했다. 

 

황 교수는 영어 공부를 할 때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막연히 ‘영어를 못하니까 영어를 배우겠다’ 또는 ‘배워두면 언젠간 쓸모 있지 않겠나’ 하는 두루뭉술한 목적이 아니라, 진정 자신의 삶 안에서 영어와 반드시 만나는 접점이 있는지, 있다면 그 접점은 어떤 영어를 얼마큼 필요로 하는지 등을 시간을 들여 숙고해 봐야 한다. 당연하지만, 접점이 없으면 영어를 안 배워도 된다.” 그는 “영어를 배워야 하는 나만의 목적이 명확하다면 이는 영어 공부의 강력한 동기로 직결된다”라며 “그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영어를 배우리라는 것은 자명하다”라고 밝혔다. 

 

핵심 영문법 다질 수 있는 교보재 ‘영차설’

한양여대에서 진행하는 강의와 이번에 완성한 영차설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황 교수는 “영어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들의 보충 교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학생들 사이에 영어 실력차가 꽤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수업의 목표와 수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영어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핵심 영문법을 다질 수 있는 교보재로 영차설을 추천할 수 있겠다”라고 답했다. 황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매년 영어 교육용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영어지도와 콘텐츠 개발’이라는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영차설이 영어 지도 및 영상 콘텐츠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강의를 만들면서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상 편집 관련 최신 트렌드와 크고 작은 관련 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NAATI 호주 국가공인 번역가이기도 한 황용운 한양여대 겸임교수는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교육 콘텐츠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고자 한다. 사진=황용운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자 할까. 황 교수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한 교육의 실현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한 가지 방법은 온라인(유튜브)과 오프라인(교재 또는 플립러닝 강의)를 연계하는 것이다. 그는 “학습자가 유튜브를 통해 기본 영문법 지식을 미리 시청하고, 실제 영문법 수업 시간에는 함께 예문을 만들어보고 공유하는 등 문법 지식을 적용해 보는 실습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유튜브 외부에 존재하는 교육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면 유튜브에서도 긴 호흡의 교육 콘텐츠를 끝까지 시청하고 공부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기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라며 “만일 성공적이라면 앞으로 교육자와 학습자, 그리고 유튜브 측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의 교육 생태계를 구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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