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8:30 (목)
게르버
게르버
  • 최승우
  • 승인 2022.11.04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428쪽

첫 출간 당시 나치 정부의 금서 판정,
학교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와 사회 문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

소설 『게르버』는 프라하 출신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작가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가 1930년 22세 때 발표한 소설이다. 고등학생 쿠르트 게르버가 겪는 학업의 어려움, 교수와의 갈등, 우정과 사랑의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프라하의 권위주의적인 학교에서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을 그리고 있다.

1921년 아버지가 프라하로 전근하면서 토어베르크가 다녔던 프라하의 학교는 개혁이 단행된 오스트리아 빈의 학교와 달리 옛 군주제 시기의 낡은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 교육의 핵심은 규율과 규범을 내세우며 학생의 자유 의지를 꺾고 순종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졸업 후 좋은 직장과 대학 입학을 위해 졸업시험 합격증이 필요한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성적 평가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수에게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소설의 서두에서 전하는 일주일에 열 명의 학생이 자살하는 현실은 그런 학교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권위주의적인 학교를 고발하는 토어베르크의 소설에는 고등학교 시절 시를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1927년 졸업시험에 한 번 낙방한 적이 있는 작가의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소설은 카프카의 유고를 정리·발표한 막스 브로트의 도움으로 출간되었는데 첫 출간 당시 5,000부가 인쇄되고 1년도 안 되어 7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소설의 성공으로 토어베르크는 물질적인 안정과 함께 작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게르버』는 출간 3년째 되는 1933년 나치 정부가 “사제의 문제를 증오심에 가득 찬 왜곡된 형태로 그린” 소설로 판정해 금서가 되었다. 이어 1936년 토어베르크의 모든 글에 금서 판정이 내려졌고, 작가는 1938년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로 도피했다가 194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1951년에야 오스트리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