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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트래블러
멘탈 트래블러
  • 최승우
  • 승인 2022.11.0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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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J. T. 미첼 지음 | 김전유경 옮김 | 에디스코 | 244쪽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돌봐야 하는가? 천재적이지만 망상에 시달리는 아들을 매일 돌보는 동시에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낙인과 싸우고 정신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려 투쟁하는 아버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멘탈 트래블러: 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는 시카고 대학교의 영문학 및 예술사 교수인 W. J. T. 미첼이 중증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아들 가브리엘의 삶과 죽음, 정신의 여정을 그린 회고록으로 아들의 정신병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기록이다.

또한 병을 앓는 당사자가 스스로의 병을 가지고 예술과 삶으로써 실험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중요한 책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지 묻고, 정신병을 앓는 사람의 가족이 된다는 것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책은 정신질환에 대한 근본적 질문부터 정신질환의 당사자, 그의 보호자에 관한 질문을 포괄하는 문제작이다.

가브리엘 미첼은 21세의 나이에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18년 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놀랄 만큼 창조적인 작품들을 남겼고, 아버지는 자신의 질병을 극복하고자 했던 아들의 노력을 세상에 남기기로 결심한다.

광기란 황홀의 순간이든 우울의 순간이든 실연당한 가슴 아픈 순간이든 우리 모두가 살면서 언젠가 한 번은 겪게 되는 주관적 경험의 극단적 형태라고 가브리엘은 생각했다. 그는 조현병을 사형선고가 아니라 배움의 경험으로, 광기를 저주가 아니라 비판적 관점으로 바꾸고자 했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고통으로 가득한 이 책은 가브리엘이 어떻게 아버지를 광기 안에서의 깨달음이라는 힘든 여정으로 이끌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정신질환에 직면하여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보호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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