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03-21 17:00 (화)
“책은 건축·미술과 닮아”…문화에 모든 길이 있다 
“책은 건축·미술과 닮아”…문화에 모든 길이 있다 
  • 김재호
  • 승인 2022.11.10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 ⑦ 창립 70주년 맞은 박영사

디지털과 온라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출판사들 역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학술출판에 주력해온 출판사들은 어떤 도약을 꿈꾸고 있을지 ‘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를 통해 알아본다. 과연 디지털 시대에 책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출판사들은 어떤 철학과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출판사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책들 중 세 권을 뽑아 다시 소개한다. 일곱 번째 출판사는 서울시 금천구에 자리한 박영사이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일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깊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의 지식을 많은 대중과 공유하고 함께 사유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영사는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그 동력은 무엇일까. “신뢰라고 생각한다.” 안종만 박영사 회장은 “박영사는 저작권료와 관련하여 한 번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고, 또한 외부감사를 받는 회사다 보니 더욱 투명하게 해오고 있다”라며 “예전 고(故) 안원옥 선대 회장님이 창업했을 때부터 이 부분을 강조하셨다”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지금도 은퇴하신 저자 선생님들을 뵐 때면 몇 십년 전에 인세 날짜를 맞추려고 홍수가 날 때도 몇 시간을 기다리다 새벽 2시에 집으로 찾아와 주셨다는 말씀이 생각난다”라고 답했다. 참고로 60∼70년 전에는 온라인 계좌가 없어 인세를 전부 현금으로 지불했다.

 

안종만 회장은 박영사가 70주년을 맞이할 수 있는 동력으로 ‘신뢰’를 강조했다. 안 회장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을 100회 이상 해왔다. 사진=김재호

“지난 11년 동안 100회 이상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안 회장은 11월에도 예정된 강연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수첩에 빼곡히 찬 일정들은 안 회장이 현장에서 여전히 발로 뛰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책과 건축, 미술은 서로 가깝다”라며 “문화가 정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안 회장은 ‘문화를 안고 가다’, ‘문화의 길을 묻다’ 등의 강연을 수차례 해왔다. 안 회장은 직접 유튜브에서 자신의 강연을 검색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안 회장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책의 홍보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골프에 미치다: 우선 100타는 깨고 보자』 같은 경우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 책은 교보문고 건강취미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출생률이 낮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책을 읽을 독자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법률 전문서적을 내는 박영사는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전국을 석권하며 2만 부 정도 나가던 민법 책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래서 박영사는 콘텐츠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법률, 행정, 정치 등 분야를 넘어서 좀 더 대중성을 갖춘 인문·사회 서적들을 많이 출간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의학 정보나 자기계발서 혹은 실용서 등이 주목 받고 있다. 학술출판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문화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안 회장은 “양서는 시·공간을 신속히 전달하며 사회를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학술출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책이었다”라며 “분명한 목적을 가진 내용으로, 준비되어 있는 독자를 위한 출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지금은 융합의 시대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일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깊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의 지식을 많은 대중과 공유하고 함께 사유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 회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박영사는 기존의 학술출판이 가진 전문성은 유지하면서도, 전문가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다양한 독자와 소통해보려고 한다. 법률 지식과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소설이나 에세이로 풀어낼 수도 있을 것이며, 독자와의 만남이나 ‘웨비나(웹상에서 행해지는 세미나)’ 등을 통한 소통도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다. 전문적인 사례를 지식재산권(IP) 콘텐츠로 활용하여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대형 로펌과 교류하여 독자들이 법률서비스를 조금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사는 미술품 전시와 미술작가 지원을 위한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갤러리박영을 통해 문화예술 확산에 직접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안 회장은 창업주였던 아버지에게 동양화를 배웠다고 전했다. 또한 박영사는 박영장학문화재단을 운영하며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올해에도 장학생을 선발했다. 창업주의 뜻에 따라 1993년 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세계 4대 건축가 중 1명인데, 대학도 나오지 않았지만 도쿄대 교수가 됐다.” 안 회장은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도 다다오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학벌 지상주의를 지적했다. 좁은 땅에서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정받는 것을 한탄한 것이다. 안 회장은 “학벌 사회를 넘어서야 문화 강국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주목하는 책책책’ 

1. 칸트의 3대 비판서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임마누엘 칸트의 3대 비판서(『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를 1972년부터 발행해 50여 년을 지속적으로 출간·유통하고 있다.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칸트의 저서를 번역·출간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박영사의 칸트 3대 비판서는 원전에 가장 가깝게 번역된 충실한 도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한자 위주로 번역된 내용을 한글화 작업을 거쳐 새로운 조판으로 2017년부터 보정판을 발행했다. 보정판 발행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 『민법주해』 시리즈

 

1992년 『총칙』편을 시작으로 2005년 『채권』편까지 민법주해 시리즈 19권의 출간은 대한민국 법학 사상 획기적인 사업이었다. 일반 교과서 수준의 단행본이 아니고 학설판례를 망라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모든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신뢰할 수 있는 지침서다. 이 때문에 학계 공유의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칙』편이 출간되고 3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에 전면개정 되어  『총칙』편 제2판을 출간했다. 연구자와 법률 실무자들이 열렬한 호응과 성원을 했다. 『물권』, 『채권』편도 순차적으로 발행해 내년에는 완간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3. 『고급 영문법 해설』

1987년에 초판을 발행해 약 30년간 한 차원 높은 영문법을 학습하려는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스터디 셀러다. 초판 출간 이후 4번의 큰 개정이 있었고 2017년 제4개정판을 출간하며 영어를 전공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는 독자와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필독서로 각광을 받아 비약적으로 판매가 증가한 도서다. 만 92세의 노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중판을 발행할 때마다 오탈자 등 수정 원고를 준비하시는 노학자의 끝없는 책임감과 열정의 산물이다.

 

 

 

 

올해 70주년 맞은 박영사

 

1952년 11월 18일, 부산시 부평동에서 도서출판 대중문화사가 등록됐다. 이것이 박영사의 시작이었다. 1954년 9월 1일, 회사명을 박영사로 바꿨다. 1983년 8월 1일, 안종만 사장이 취임했다. 1984년 9월 3일엔 서울시 종로구 평동에 사옥을 준공했다. 1993년 3월 17일, 박영장학문화재단이 설립됐다. 

2000년대 들어 박영사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다변화를 시도했다. 2000년 5월 3일, 안종만 회장이 취임했다. 안 회장은 2003년 10월 20일, 대통령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008년 11월 20일에는 (주)갤러리박영, 스튜디오박영가 오픈했다. 2010년 7월 30일에는 현재 위치에 있는 가산동(본사)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2014년 2월 11일, (주)피와이메이트 박영스토리 브랜드를 런칭하고 교육, 상담, 심리, 사회복지, 반려동물 등 분야의 책들을 본격적으로 출간하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20일에는 베트남 현지법인인 벤스토리(BENSTORY)를 설립했다. 2019년 2월 15일, 안상준 대표가 취임했다. 2019년 5월 1일, 이러닝 사업을 추진하는 PY러닝메이트를 런칭했다. 2019년 8월 20일에는 일본 현지법인인 하쿠에이샤(博英社)를 설립했다. 2019년 10월 11일, 안상준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1993년 설립된 박영장학문화재단은 그동안 1천 명이 넘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사진=박영사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