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3:40 (수)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1, 22, 23, 24, 25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1, 22, 23, 24, 25
  • 최승우
  • 승인 2022.11.03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 외 2인 지음 | 최성철 외 3인 옮김 | 푸른역사 | 766쪽

‘살림살이’에서 ‘교환과 상업’까지
‘경제’ 개념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살피다

‘살림살이’로서의 경제
이코노미economy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유래했다. 집(오이코스oikos)을 관리(노미아nomia)하는 것으로 ‘살림살이’ 정도의 의미다. 오이코노미아는 우리가 잘 아는 경제와 뜻이 사뭇 다르다.

개설적인 설명에서는 어원을 소개하고 이후에 우리에게 익숙한 시장, 교환, 상인 등과 같은 ‘경제 요소/사유’를 따지며 근대 경제(학)로 나아간다. 살림살이로서의 경제는 이름만을 빌려줬을 뿐 현재의 경제를 구성하는 가격, 이자, 독점, 화폐 등과는 무관해 보인다.

‘살림살이 경제’와 ‘교환과 상업’, 무의식적 단절과 병행
개념사는 살림살이 경제와 경제 요소/사유 사이의 이 무의식적인 단절 혹은 오래된 병행을 파고든다. 이 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 윤리학과 나란히 살림학을 중시했음을 밝히고 당시에 돈 버는 일이 폄하되고 있었음을 대비시킨다.

중세에는 살림학과 돈 버는 일 사이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집과 살림살이라는 개념은 하느님, 세계, 지배자의 가정이 되어 실질적인 사회 구성물로 강고했다. 거래와 시장에 대한 사유, 즉 현대적 의미에서의 경제 요소/사유는 가격과 이윤에 대한 논의나 상인과 관련해서 나왔을 뿐이다.

근대 초기까지 양 개념은 각자 의미를 확대하였다. 다만 중상주의가 발전하면서 상인과 교환 영역은 독자 영역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후자는 ‘상업’ 또는 ‘상학商學’으로 지칭될 뿐이었다.

‘살림살이 경제’와 ‘교환과 상업’, 하나의 포괄적 개념으로 통합되다
최소한 18세기까지는 어원상으로 ‘살림살이 경제’와 ‘교환과 상업’은 관련이 없었고 둘은 다른 관계망에 속했다. 그렇다면 언제 이들이 하나의 포괄적인 개념으로 통합되었을까. 그리고 왜 살림살이 경제가 교환과 상업을 제치고 상위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근대 경제학의 본질은 교환과 상업에 기원하였지, 살림살이 경제는 아니지 않은가?

이 같은 물음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존 경제학사에서 볼 수 없는 이 책의 특징이다. 현재에 익숙한 경제 개념의 말(살림살이)과 내용(경제 요소/사유)의 두 기원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이다. 살림살이 경제가 경제 요소/사유를 포괄하게 된 연유를 개념사가는 어떻게 설명했을까.

제후의 살림살이였던 이코노미가 ‘민족과 국가의 살림살이’로 쓰이게 된 것, 그리고 중농주의에서 출발한 영국 고전 경제학파의 영향이라고 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