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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생물의 crosstalk
학이사: 생물의 crosstalk
  • 정현숙 조선대
  • 승인 2006.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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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조선대·생명공학

인간은 항상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생체 내 물질대사에 필요한 복잡하고도 정교한 생화학 반응들이 계속 원활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생체내부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질병은 항상성이 유지되지 않아 생리적인 균형이 깨어지는 상태라 할 수 있으며 각종 암, 심혈관계 질환 등 성인병 등을 보면 하나를 치료하면 끝나는 단순한 현상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생명현상의 연계성이 그리고 생명과 생명간의 연합이 신호가 되어 삶을 유지하고, 식물이 동물과 미생물과 식물이 그리고 인간과 식물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명현상을 이루는 이치를 보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 학생들이 전공을 정하면서 자칫 사고가 고정되는 것을 볼 때 염려스러울 마음이 될 때가 있다.

내가 대학원 진학할 때에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미생물을 전공해야만 분자생물학을 연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20년 안에  인간 염기서열이 밝혀졌고 식물의 모델시스템인 애기장대의 염기서열이 밝혀졌으며 벼의 염기서열까지도 밝혀져서 이제는 생명과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무엇을 하든지 많은 정보와 기초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식물의 유일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브라시노스테로이드의 신호전달에 관하여 연구하는데 브라시노스테로이드의 신호를 전달하는 유전자가 망가지거나 변이가 생겼을 때 식물은 난장이가 되거나 기형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형은 옥신이나 지베렐린 그리고 사이토키닌과 앱시스산 같은 다른 식물호르몬과 crosstalk을 하여 유전자추적에 어려움을 주기도 하므로 많은 돌연변이체를 만들어 브라시노스테로이드 신호전달경로에 관계되는 유전자의 작용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 실험실은 식물분자생물학실로 학부 2,3학년 학생부터 실험실에 들어와 실험을 배우고 대학원생들과 함께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졸업 후 갈 곳이 별로 없고 식물생장기간이 길어 빠른 결과를 볼 수 없으며, 인간과의 직접 관계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듯하여 마음이 착잡한 적이 많았다. 우리 실험실에서 열심히 실험하던 학생들도 병원과 의과대학 또는 약학대학으로 옮기기도 한다. 2-3년간 실험하여  테크닉이 익숙해진 학생이 떠날 때는 가슴에 크게 구멍이 뚫리는 서운함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학생들이 그 일을 이어서 느리지만 훌륭하게 해가는 것을 보면서 또다시 힘을 낸다.

 그동안 연구결과 축적된 생명공학기술과 발효공학기술을 기반으로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주축이 되어 실험실 벤처를 세웠으며, 다른 실험실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하여 상품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연구의 접근을 살펴보면 연구의 다양성 및 생물 간의 crosstalk를 잘 이해하므로 가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솔잎을 착즙하여 적당한 온도조건하에서 저온 분리한 다음 상등액을 적정온도에서 자체 발효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7년간 발효한 액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향과 맛과 효력을 가진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솔잎의 착즙 수율을 높힐 수 있는 조건과 착즙기 개발을  하였으며, 자체발효균의 동정과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발효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 가고 있다. 이에 따른 발효액의 효능분석을 위해 의과대학 전기생리학실과  공동연구로 뇌의 근육과 위장 간 근육을 이용하여 발효액이 고혈압 및 위장의 안정에 큰 효력이 있음을 밝혔으며 약학대학과 공동연구로 인체에는 독성이 없이 선택적으로  균을 죽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최근 콜레스레롤 쥐에 솔발효액을 다양한 방법으로 투여하여 예방과 치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추적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식물의 산물이 미생물을 이용하여 우수한 물질로 전환되며 이 물질로 동물의 생리작용이 원활하여 지며 궁극적으로 인간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갖는다면 멋지지 않은가.

소나무라는 식물을  원재료로 사용하여 생명공학기술로 유용한 물질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지만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루어낼 수 없고 동물실험과 의학적인 실험이 뒤따르지 않으면 효용가치가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생각의 틀을 고정시키는 위험에서 벗어나야 된다. 유행하는 한 분야만, 가능성 있는 분야만 지원하고 연구하는 어리석음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생명의 신비가 여러 분야의 연구를 통하여 빛나는 모습으로 밝혀져 가는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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