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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땐 ‘전임’, 아니면 ‘계약’ … 4명 존중하고 5백명 무시
필요할 땐 ‘전임’, 아니면 ‘계약’ … 4명 존중하고 5백명 무시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4.2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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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쟁점: 강남대 이찬수 교수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이찬수 前 강남대 교수의 재임용탈락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인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대책위가 꾸려질 만큼 한 교수의 단순한 失職이 아니라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 대학측의 부당한 해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 문제가 제출돼 5월 1일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가 이만큼 확대된 것이 그와 연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수신문에서는 이찬수 사태가 왜 이렇게까지 오게 됐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그 일단을 엿보고자 한다.    
 

이찬수 교수(44세, 신학·종교학)는 지난 1999년 강남대 강의전담 교수로 부임해 6년 6개월 근무하는 동안 주당 15시간 ‘기독교와 현대사회’라는 교양필수 강좌를 맡아왔다. 그는 강의전담이지만 연구·봉사활동도 열심이었다. 강의평가 점수는 평균 이상이었으며, 연구업적과 학회활동 등에서는 교내에서 수위를 달렸다. 게다가 강남대 창설자인 우원 이호빈 목사의 사상을 기리고 연구하는 우원사상연구소 간사로 학술대회 개최 등을 도맡아왔고, 지역사회의 무보수 목회자로 봉사해왔다.

왜 승진이 아니고 계약거부일까

그런 그가 2005년 부교수 승진심사에서 자격이 미달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봉사영역 승진 최소점수인 30점을 채우지 못해서였다. 강남대는 봉사점수 책정이 좀 독특하다. 총 60점 중 20점이 재임용최소점수, 30점이 승진최소점수인데 학교교회에 매주 1번 참석할 때마다 0.5점을 주고, 이것으로 연 최대 24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총장이 총점과 상관없이 30점까지 줄 수 있게 돼 있다. 나머지는 각종 활동이 정량화되어 책정된다. 이 교수는 이런저런 활동 증빙자료를 미처 내지 못했고, 지역 목회활동에 열심이라 학교교회에는 당연히 나가지 못했다. 총장 점수도 전혀 받지 못했다. 며칠 뒤 서류를 갖춰 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났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음해 승진을 위해 이 교수는 외부 심사활동, 학회활동 서류를 갖췄고 바쁜 시간을 쪼개 승진점수에 포함되는 신학부 예배에도 꾸준히 참석했다. 올해 1월 6일 이 교수는 학교 측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안에는 “강의내용이 학교 창학이념과 맞지 않는 사례가 발생해 재임용부적격자로 판단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학교에서 ‘나가라’는 얘기였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왜 승진이 아니라 계약거부일까.

이 교수는 인사위원장을 찾아갔다. 여기서 교무처에 접수된 강의에 대한 교목실의 문제제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걸 알게 됐다. 강남대 교목실은 학원선교와 교회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이지만 언제부터인지 ‘기독교와 현대사회’라는 강좌의 주무부서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교목실의 권한은 무엇인가

이 교수는 곧 재심요구서를 냈고, 1·2차 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신학부 교수 의견수렴이 있었는데, 6명 중 5명이 학교입장에 동의는 했으나, 6명중 4명은 ‘기독교와 현대사회’ 말고 다른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선처바란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재계약 불가 최종 통보가 배달된 것이다. 현재 이 교수는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고 5월 1일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태는 의외로 확산됐다. 학교게시판에는 복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글이 빗발치고, 강의를 들은 학생 5백여명이 철회 서명을 만들어 교목실·총장에게 제출했다. 언론에도 나고 나중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복직 대책위가 꾸려졌다. 또 이 교수가 속한 학회 3곳에서는 임원진 이름으로 탄원서가 제출되기도 했으며, 몇몇 학부 동료 교수들은 이 교수가 다른 과목을 강의할 수 있게 강좌를 5개 정도 만들어서 학교 측에 제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전체 교수회의가 열려 “강의전담교수의 법적 지위는 전임교수와 동일하다”는 내용을 결론으로 내리기도 했다.

학교 측의 표현에 따르면 계약이 만료돼 그만두었을 뿐인데 왜 이리 판이 커지는 걸까.

민상훈 前 강남대 교무처장은 “시민단체 등에서 나서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소청위 결정이 나지도 않았는데 언론에서 이러는 게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 개인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학교 전체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 민 교수의 해명.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은 이해된다”는 이 발언은 이 교수가 재임용 탈락 과정에서 철저한 弱者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교목실에 기독교 신자인 학생이 찾아가 강의내용이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과 다르다고 항의할 때도, 교목실의 강의 제한 요청이 교무처에 접수되었을 때도, 인사위원회가 열릴 때도, 신학부 교수들의 의견수렴이 진행될 때도 이 교수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왜 이렇게 철저히 함구되었을까.

당사자는 왜 철저히 배제되었는가

의심되는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교수는 지난 1999년 2년 강의전담교원으로 들어왔지만, 2001년 전임강사로 재계약했다. 그리고 2001년에는 조교수로 승진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1999년 계약을 들어 이 교수가 계약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대 교원현황 명단(2004)을 보면 교원을 크게 ‘전임’과 ‘비전임’으로 나누고 이찬수 교수는 전임으로 분류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강의전담의 경우 전임과 비전임 양쪽에 모두 있는데 이 교수는 전임 쪽의 강의전담으로 구분돼 있다.(아래 그림 참조). 이와 관련 민상훈 前 처장은 “강의전담 교원은 별도의 인사규정에 의해 취급된다”라고 밝힌다. 하지만 강의전담교원의 인사규정을 보면 신분·임용·승진 등에서 “전임 인사규정에 따른다”로 명시돼 있음을 볼 수 있다. 혹자는 비정년트랙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강남대는 비정년트랙 제도가 본격 도입되기 훨씬 이전에 강의전담 교원을 뽑아왔으며, 2002년 교육부가 강의전담교원을 전임교수로 인정하지 않자 이 교수를 ‘조교수’로 보고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임교원으로 보고한 것이다.

왜 과거까지 들추며 문제 삼을까

두 번째 창학이념 구현 부적격자라는 주장은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에 규정한 교원재임용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사유가 전혀 되지 못한다. 현재 학교 측이 제시한 관련 자료는 2002년 이 교수가 EBS 똘레랑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상 앞에서 예의표시로 절을 했다가 한국기독교연합회에서 강남대에 보낸 항의문, 그리고 학생 4명의 강의불만이다. 불상에 절한 행위가 적절했냐 부적절했냐를 떠나서 당시 학교 측은 이 교수에게 어떤 공식적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다만 이 교수가 제출한 경위서가 있는데 여기서 이 교수는 자신의 행위가 “타종교에 대한 예의표시”였지만 학교에 폐가 되었으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지금 소급되는 것일까.

학생들의 불만접수도 친필로 작성된 것은 4건 중 2건이다. 기독교에 비판적이고 타종교에 우호적이라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강의 초반이라 전체 강의내용을 채 숙지하지 못했다는 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이 교수 강의를 들은 학생들 5백명의 지지서명은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강남대가 기독교인만 들어오는 신학교도 아니고 엄연한 종합대학이자, 비신도 학생들이 훨씬 더 많다. 이 교수가 5백명의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보다 4명의 기독교인 학생들에게 오해없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지는 의문이다. 

재심위원회는 왜 그렇게 구성되었나

그리고 이 교수의 요청으로 열린 재심의위원회 구성원의 적절성 여부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강의내용을 판단해줄 전공자가 없”었다. 그리고 강의를 못하게 해달라고 교무처에 요청한 교목 2명이 총 6명 중에 속해있기도 했다. 전문성과 객관성에서 미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대는 왜 이런 의혹을 남기면서 “힘든” 결정을 했던 것일까. 교목실의 교목이자 교양학부 소속인 박형순 교수는 “기독교 학교라는 상황을 봐달라”고 말한다. ‘기독교와 현대사회’는 기독교 정체성을 가르치는 중요한 과목인데 이 교수는 불교 얘기를 더 많이 했다는 게 박 교수의 의견이다. 그래서 몇 번 주의환기도 시키고 그 후 방송 문제가 터지자 “그 과목은 안되니 다른 과목을 맡겨달라”고 교무처에 건의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참조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이것이 곧 강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다른 강의전담교원과 왜 차별하나

이 교수는 강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자, 그렇다면 다른 교과목을 개발해 가르치겠다고 2003년, 2005년 2차례나 강의를 개발해 학교 측에 제출했지만 거부당했다. 강남대의 다른 강의전담 교수들은 애초에 계약한 과목과는 다른 과목을 많게는 한 사람이 3개씩 개발해서 가르치고 있는데, 오직 이 교수에게는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던 것이다. 교목실에서 다른 강의를 해봐라고 해서 강의를 개발해도 학교에선 안된다고 하고, 2005년에는 학생들에게 여론조사도 해서 4개나 개발해 올렸는데 결국 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당시 교무처장 민 교수는 “계획서를 한번 내봐라”고 이 교수에게 말했지만, 정작 10월 교과과정심의위원회가 열렸을 때는 “새로운 강의계획이 2건 올라왔으나, 내년에 다시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한마디 하는 걸로 끝냈으며, 이 교수에게는 “다음해로 넘어갔다”며 간단히 통보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내가 처장이 되면서 3학점이던 교수들의 강의를 2학점으로 줄이고 대신 과목 수를 늘렸는데 이 교수의 강의는 애초에 2학점이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이찬수 교수의 요구와, 그에게 다른 강좌를 맡겨달라는 교목실의 권유를 무시할만큼 중요한 이유일까. 이에 대해 민 교수는 “이 교수가 강의를 제출할 당시 학교 전체 강의커리큘럼을 개선하고 있었는데 그 작업이 끝나는 2006년 1학기로 미뤘던 것일 뿐”이라고 답변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교수는 올해 재임용 계약을 해야 했고, 자신이 전임신분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학교 측은 임시직이라며 계약을 거부했다. 임시직이든 전임이든 계약해지를 하려면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 측의 자료는 현재 그 객관성이 현저히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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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킴이 2006-04-24 21:41:34
이번 건은 한국대학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네요.
사학재단의 비리와 일부 몰지각한 종교재단의 무지, 재단의 독재적 운영 등 한마디로 연구대상입니다. 게다가 주변 교수들의 무능한 침묵.....
한심한 ****......
이찬수 교수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