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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넘어 ‘의식 독점’을 꾀하는 플랫폼
중독을 넘어 ‘의식 독점’을 꾀하는 플랫폼
  • 최승우
  • 승인 2022.10.2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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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태로 일깨운 플랫폼 독점의 실상

지난 26일, 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IT정책전문대학원)는 지난 26일 열린 ‘카카오 플랫폼 먹통 사태는 우리 시민에게 무엇을 남겼나?’ 문화연대 긴급토론회에서 ‘플랫폼 독점의 실상’을 발표했다. 

그는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카카오의 이번 먹통 사고 또한 물리적 인프라의 재난 관리 체제의 허술함과 물리적 인프라의 안전 대비 중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의 전 국민을 서비스 고객으로 삼는 거대 플랫폼의 경우에 그 어떤 업체들보다 데이터 보관 관리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문제는 시장의 무차별 폭식과 자본 축적을 넘어서 그것이 인간 의식과 일상에 파고들며 중독과 의존을 유발하는 데 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카카오, 네이버 등 한국형 거대 플랫폼이 지니는 약탈적 가격 정책, 수직적 통합, 시장 지배력 등 시장 독과점 문제를 다시 살피고, 이번 기회에 의식 독점의 규제 기준까지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라며 “플랫폼의 독점 폐해가 크다면, 필요시에 이에 근거해 플랫폼 반독점 규제 법안을 통합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표 내용을 발췌·요약했다

지난 15일 에스케이씨앤씨(SK C&C) 분당 데이터센터 건물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거의 온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메신저)이 반나절 이상 두절 됐다. 비지니스 카톡 채널이 먹통이 되자 상인들은 주문이나 예약 내용을 알 수 없어 혼돈에 빠졌다. 카카오페이(결제)를 못 쓰니 송금과 결제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도 있었다. 다음 한메일은 며칠이 지나도록 온전히 복구되지 않아 계속해 전송과 수신 에러가 났다. 복구가 지체되면서 시민의 일상과 경제 활동이 큰 불편과 각종 혼란을 겪었다. 

이번 사태는 카카오가 우리 사회 어디든 존재하는 범용의 플랫폼이 됐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카카오의 각종 플랫폼 앱들에 빠르게 길들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됐다. 무엇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들이 시장 잠식은 물론이고 우리 의식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잠재적 리스크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다음 날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카카오처럼) 국가 기반 같은 인프라 수준인 경우에 국민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곧바로 그는 카카오 사태 재난대응상황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급에서 장관 주재로 격상해 지휘하도록 지시했다. 대통령실 또한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이버안보 테스크포스’를 꾸려 사이버안보 상황점검 회의를 열기도 했다. 예외적 행보들이다.

‘국가 인프라’로 추켜 세워진 카카오

처음부터 윤 정부는 플랫폼 시장 개입을 과잉 규제라는 이유로,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사설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해 재난 대비 관리 의무를 ‘이중 규제’라 반발하며 면제해주는 등 최근까지 데이터 시장 부양에만 골몰했다. 가령, 지난 8월에는 공정거래위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에 법적 제재를 취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까지 폐기하고 대신해 민간 자율기구를 띄워 자율 규제 입장으로 급선회하기도 했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 태세 바꿈을 하는 것일까? 이번 사안의 엄중함도 있겠지만, 정부의 이제까지 시장을 다루는 관점에서 보자면 외려 카카오 사태로 인해 플랫폼 시장 문제 전반으로 번질 여론의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 방어처럼 보인다. 가령, 과기부 장관이 카카오 경영진에 앞서 먼저 사과하고, 과기부가 카카오의 빠른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식의 재난 안전문자를 보내는 돌출 행위가 그런 짐작을 가늠케 한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윤 대통령의 언급에서처럼 정부가 카카오를 “국가기간통신망”이나 “국가 기반 인프라”로 추켜세우는 데 있다. 일면 카카오의 기능이나 효과로 보자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의 언급은 이번 카카오 사태로 인해 위기 대비용 “긴급복구 체계에 대한 의무조항” 등 여러 플랫폼 위기관리 법안과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카카오의 존립 근거를 ‘대마불사’로 보는 우려할만한 관점이 녹아 있다. 기실 카카오를 국가 인프라로 취급할수록, 장기적으로 정부가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시장 반독점 규제 정책을 제대로 구사하기에 더욱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플랫폼은 독과점 판단할 새 잣대 필요

카카오는 국내 기업 가운데 계열사가 두 번째로 많은 공룡기업이다. 4천700만 국민의 활성 이용자를 갖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게임, 은행, 택시, 엔터테인먼트까지 세포분열 하듯 시장에서 세를 키워왔다. 그럼에도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는 카카오 플랫폼의 포식성을 직접 규제하려는 힘이 미약했다. 

플랫폼의 문제는 시장의 무차별 폭식과 자본 축적을 넘어서 그것이 인간 의식과 일상에 파고들며 중독과 의존을 유발하는 데 있다. 즉 시장 독점에 더해 플랫폼은 일종의 ‘의식 독점’을 꾀한다. 매출액 규모에 의존한 시장 지배력으로만 플랫폼 독점을 판단하기 어려운 정황인 셈이다. 

규제의 틀로 플랫폼 기업의 매출액 규모는 물론이고, 이용자와 입점업체의 수, 이용 빈도와 연계 서비스 연결 정도, 시가총액, 알고리즘 등에 의한 시장 교란 및 우월적 지위 남용 등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을 판단할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 플랫폼 독과점 양상을 비가시적인 의식독점과 연계해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카카오의 이번 먹통 사고 또한 물리적 인프라의 재난 관리 체제의 허술함과 물리적 인프라의 안전 대비 중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관성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늘 무형의 비물질의 독립된 것으로 보지만 물리적 물성의 세계에 단단히 매여있다는 사실을 간혹 망각하는 우리를 호되게 깨친다. 유사 피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의 전 국민을 서비스 고객으로 삼는 거대 플랫폼의 경우에 그 어떤 업체들보다 데이터 보관 관리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 네이버 등 한국형 거대 플랫폼이 지니는 약탈적 가격 정책, 수직적 통합, 시장 지배력 등 시장 독과점 문제를 다시 살피고, 이번 기회에 의식 독점의 규제 기준까지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시장과 더불어 의식 세계에 걸쳐 플랫폼의 독점 폐해가 크다면, 필요시에 이에 근거해 플랫폼 반독점 규제 법안을 통합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특정 플랫폼 의존적인 리스크를 분산하고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에 카카오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불편과 피해를 봤던 반면, 이는 플랫폼으로의 연결 강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공백의 시간을 우리에게 잠시 마련해줬다고 본다. 카톡 스트레스와 연결 강박에서 벗어나면서 아주 잠깐의 심리적 해방감마저 일게 했다. 결국, 이번 카카오 불통 사태는 한국형 플랫폼 독점 문제의 징후적 사고로 각인되기도 했지만, 플랫폼 의식 독점이 잠시 멈출 때 정작 우리가 잃어버린 공통의 감각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는 성찰의 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텍사스대(오스틴캠퍼스)에서 문화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디지털의 배신』(2020), 『피지털 커먼즈』(2021) 등을 집필했다. 현재 <문화/과학> 공동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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